문재인 대통령의 세 번째 한중 정상회담이자 첫 국빈 중국 방문은 일단 양국 관계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막혀 있는 양국 상황을 풀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한반도 전쟁 불가 및 비핵화, 평화적 해결 등의 4대 원칙에 합의한 건, 그런 맥락에서 나름대로 성과다. 정상 간 핫라인 구축과 함께 양국 협력을 정치·외교·안보 등의 분야로 확대하고,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요 합의에 구체성이 부족하고, 현안 해결에 있어 미진한 측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합의 자체는 당연한 얘기이고 의미가 있다고 해도, 북핵 문제와 대북 제재 등에 대한 현실성 있는 내용이 결여돼 있다. 이처럼 알맹이가 없는데도 전쟁 불가를 먼저 내세우는 건,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에 제동을 걸고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속셈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이번 정상회담 전후 과정에서 불거진 ‘홀대론’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공항 도착 때, 중국 측 영접인사로 격에 맞지 않는 차관보가 나온 것부터가 관례에 어긋난 처사다. 문 대통령 일행이 그날 저녁부터 중국 고위층과의 만찬 회동 없이 세 끼 연속으로 식사를 따로 한 것도 국빈 방문이 맞는지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이런 데다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우리 측 사진기자 두 명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 측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진심 어린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등 책임있는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국빈 방문인데도 공동성명은커녕 공동언론발표문조차 없는 현실을 봤을 때,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최대 이슈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중국의 언급이 최소화되고 발언 강도가 낮아진 건 그나마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정상회담 시간이 예정보다 1시간 길었던 것도 그렇게 볼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해도, 이번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중 관계와 협력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