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나는 새해가 되면 희망과 기대를 담은 소중한 말을 가슴에 품는데, 올해는 ‘감사’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어본다.

일전에 어떤 사업가가 ‘감사 모임’을 개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치유가 불가능한 말기 암 진단을 받은 사업가가 치료보다는 기력이 있을 때 지인들을 초대해 모임을 열었다는 내용이다. 암 때문에 심신이 힘들고, 치료와 사업으로 정리할 내용이 많음에도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런 일은 가끔 우리 주변에서 보는데, 자신의 정년퇴임식에 평소 도움을 준 청소도우미 주차관리인 수리공 경비원들을 귀빈으로 초청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이를 본 적도 있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적 내게 쓴 쪽지들을 귀중품 보관함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선물은 준비 못 했지만 아빠! 감사해요’ 라고 삐뚤삐뚤 적혀 있는 이 단순한 글이 지금 다시 읽어보면 나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감사의 한마디가 아버지인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사가 인정 존중 사랑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 일찍이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잘하지 못한 것에 가슴 한구석이 저린다.

새해를 맞는 순간에 이런 반성도 해본다. “참 감사할 사람이 많은데 감사하지 못하면서 살았구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당연히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관계를 나쁘게 하고 많은 문제의 원인이 되었구나.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는 작은 것에도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하면서 가까운 사람에게는 인정과 존중 사랑을 받을 생각만 했구나.”

감사와 건강의 의학적인 관련성에 관한 연구는 수없이 많다. 미국 국립건강관리소의 연구결과를 포함해 국내외 정신의학 정신간호학 심리학계에 보고된 내용을 보면,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면 뇌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줘 정신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실제 면역이 증가하여 질병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일상에서 감사할 만한 내용을 기억하여 ‘감사일지’를 적은 사람에게서 인지적·정서적 안녕, 자기존중과 생활만족도가 증가하고 부정적인 정서와 우울감이 감소한다는 임상 보고가 있다. 그래서 주관적 웰빙을 증진하여 삶의 만족 예상 척도가 증가해 행복한 삶을 이끌고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이다. 또한 감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감사를 받는 사람도 자신이 인정받고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 감사받는 사람도 감사하는 사람과 동일한 의학적인 효과를 가지게 된다.

어떤 이들은 ‘감사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감사할 내용을 사소한 것이라도 적고,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의 가족관계가 회복되면서 가정이 변화하고 자녀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본다. 이러한 변화는 기대 이상의 성과이며, 단지 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감사가 넘칠 때 예상하지 못한 기적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감사가 이렇게 좋음에도 타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는 건강하지 못한 감사여서 조심해야 한다. 때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형편이 있을 수도 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생각해보자. 그녀는 성폭행과 마약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수십 년째 매일 감사목록을 적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이며 이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한다.

새해에는 부정보다는 긍정, 불평보다는 감사가 넘쳐 정신적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도 회복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하며 감사노트를 펼쳐 보려고 한다.

우리에게는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정과 존중 사랑이 포함된 감사, 이것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감사는 기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늘빛영상의학과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