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과 감리는 물론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축 과정이 엉터리였다. 건물이 최대 105.8㎝ 기운 부산 사하구 ‘기우뚱 빌라’는 총체적 부실이 낳은 인재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이 빌라처럼 법상 의무화된 구조 안전성 심의를 받지 않고 지어진 건물도 다수 확인돼 시 전역을 대상으로 한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끄러움이 앞서는 부산 건축의 민낯이다.

문제의 빌라는 기초공사부터 부실했다. 건축 장소가 낙동강 하구 연약지반이라 구조기술사가 지질조사와 지반 보강을 지시했지만 시행·시공사는 이를 무시했다. 또 빌라와 도시철도의 이격거리가 2.5ｍ밖에 안돼 공사에 앞서 신고를 해야 하는데도 묵살했다. 빌라가 기운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근 아파트 공사도 부실하긴 마찬가지였다. 흙막이벽을 보강하거나 콘크리트 외벽을 설치하지 않고 지하수만 퍼냈다. 비용을 절감하고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설계와 달리 차수 효율이 낮은 공법을 적용하고 말뚝 수를 줄이기도 했다. 빌라 현장 관리인은 서류상에만 존재했다. 실상이 이러니 건물이 기우는 건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빌라 감리자 또한 이런 부실 시공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 감리자가 인근 아파트를 설계한 데다, 빌라 시행사 대표와는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니 감리 부실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관할 사하구청 공무원의 직무 유기에 이르러선 말문이 막힌다. 사고 난 빌라처럼 1층에 기둥만 세운 채 주차장 용도로 비워놓은 필로티 건물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구조 안전성 심의를 생략한 데다, 건물이 기울어진 뒤에도 공사중지 명령과 시정·보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공무원이 맞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부산시와 각 기초자치단체는 차제에 관내 유사 건물들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기 바란다. 마침 경찰이 시에 구조 안전성 심의를 누락한 건물에 대한 특별감사를 의뢰한다니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실기하면 다가오는 해빙기에 예방 가능했던 사고가 터져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