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투기 광풍’ 논란을 빚어온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른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부터 실명이 확인된 사람에게만 거래를 허용한다. 이는 2009년 출현 이래 최근까지 이어진 사실상의 무방비 상태를 끝내고 제도적 틀 안에서 지켜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아울러 한때 거래소 폐지설까지 불거지며 일었던 정부의 강경 대책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연착륙을 시도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가상화폐 거래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의 초점은 투자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위험성을 줄이고 불법행위를 방지하는 데에 맞춰졌다. 실명계좌 전환 등을 위해 30일까지 시간을 준 것에서도 연착륙 의지를 알 수 있다. 이후에는 기존 거래에 활용되던 가상계좌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다. 실명확인을 거치면 가상화폐를 새로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신규 계좌 개설은 추후 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어서 거래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실명제’ 원칙 측면에서도 이번 조치는 당연하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은행들이 가상화폐 취급업소에 대해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이행토록 한 점이다. 은행은 엄격한 고객 보호장치를 갖춘 취급업소에 대해서만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거래소가 계좌를 사적으로 활용하는지 감시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금융거래를 거절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위험 요인을 모두 제거했다고 볼 수는 없다. 불법은 늘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다. 한 거래소는 100억여 원의 고객 돈 중에서 75억 원을 자사 대표이사와 임원 계좌에 넣었다. 이런 거래는 사기나 횡령, 유사수신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또 일반계좌를 가상화폐 관련 ‘집금계좌’로 이용하는데도 은행은 인지조차 못했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인 상시 점검으로 제도적 허점을 제때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