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종합촬영소는 ‘영화도시 부산’을 완성할 핵심 시설이다. 그런데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진하는 촬영소 건립 사업이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 구성된 영진위 위원들이 부지 소유권 문제를 트집 잡고 나섰다. 또 이를 빌미로 ‘부산 이전 원점 재검토’ 주장까지 나온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반년간 공석이던 영진위원장에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무국장 출신 오석근 전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이 지난달 새로 임명되면서 커진 기대감도 어느새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부산 기장군 24만9490㎡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부산촬영소의 출발은 2009년이다. 당시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 승인에 따라 영진위와 남양주종합촬영소의 부산 이전이 확정됐다. 그러나 2013년 영진위만 옮겼을 뿐, 촬영소 건립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최대 걸림돌이던 남양주촬영소 매각 문제가 2016년 11월 해결됐지만, 이후 영진위원장 공석 등이 불거지며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문제는 새 위원장이 왔지만 본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영진위와 부산시는 촬영소 내 기숙사 설치 등을 담은 계획 변경안을 국토부에 신청했다. 변경안이 즉각 통과 되더라도 실시설계 용역 등을 거쳐 올해 말께나 착공 가능하다. 이런 마당에 영진위원들이 부지 소유권자인 기장군과 5년씩 재계약하는 조건을 꼬투리 잡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5년 재계약은 공유재산법에 따른 것이다. 법을 어겨가며 땅까지 넘기란 말인가. 게다가 사실상 무상 영구임대라고 하지 않는가.

‘동양의 할리우드’를 꿈꾸는 부산의 과제는 BIFF 동력을 영화산업으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그 마지막 퍼즐이 종합촬영소다. 영화 관련 모든 전문 인력과 기업을 끌어 모으고 시장을 조성할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영진위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해 못할 ‘딴지’를 거는 것은 자칫 충무로 중심의 기존 영화계가 부산으로의 무게 중심 이동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