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이었던 ‘저탄소 녹색성장’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창조경제’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후퇴했고,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총리실 산하로 격하됐다. 곳곳에 만들어둔 녹색성장 관련 센터들은 방치돼 있고 국회에서 제정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후속 논의를 몇 년째 기다리며 잠들어 있었다. 녹색기후기금(GCF)의 성과 부진은 우리 정부의 관심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GCF 유치는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밀어부쳤던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강하게 추진했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관심 밖으로 밀려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이명박 정부 때 높여 잡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6년 만에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를 기준으로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이 목표치를 완전히 바꿨다. 4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는데, BAU 기준 시점은 2020년에서 2030년으로 10년 늘었고 감축 목표치도 전반적으로 내려갔다. 이명박 정부 때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맞추기 위해 도입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등 각종 제도도 손질이 불가피해졌다(2016.12.20, 조선비즈).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12월 4일 인천 송도 G타워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출범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한 뒤 헬라 쉬흐로흐 GCF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기후변화대책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최악이었다.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2016년 기후악당’ 선두 국가로 선정된 것이다. 2016년 11월 7일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기후변화 전문 온라인 언론 ‘클라이밋 홈(CLIMATE HOME)’은 최근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결과를 인용, 우리나라를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인 ‘기후악당 국가’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선정 이유로는 최근 1인당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석탄화전 수출에 대한 재정지원,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을 꼽았다.

CAT는 기후변화 연구기관들이 2009년 공동으로 설립한 독립적인 연구기관 컨소시움으로 매년 32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의 ‘감축 행동’을 추적해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CLIMATE HOME은 한국의 빠른 1인당 배출량 증가 속도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포럼 21개 국가 중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로 평가했다. 2016년 세계야생기금(WW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0억 달러(약 7조7000억 원)의 재정을 석탄 관련 프로젝트에 제공함으로써,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의 석탄 투자국이다. 게다가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를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여기에 환경부가 담당하던 기후변화 정책 총괄 업무를 국무조정실이 맡게 하고 배출권거래제 업무도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로 이관했다.

2015년 12월 8일 독일 민간연구소 ‘저먼워치(German Watch)’와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CAN Europe)’가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성과지수(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54위를 기록했다. 2010년 31위에서 매년 순위가 하락해 불과 5년 만에 23단계나 추락해 국제사회에서 ‘기후불량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2016.11.7, 헤럴드경제).

2015년 12월 1일자 프레시안 기사의 제목은 ‘박 대통령, 파리 기후변화 총회에서 국제망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1월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은 203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출했다”고 발언한 것이 ‘국제 망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녹색당은 2015년 12월 1일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으면 좋겠다”면서 “한국 정부의 ‘야심찬’ 감축 목표가 한국을 2030년에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3위의 다배출 국가 자리에 올릴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느”고 꼬집었다. 녹색당은 “세계 각국이 제시한 INDC(자발적으로 설정한 감축 목표)를 모두 실행해도 2100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2.7도 상승하는 기후 파국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며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가 배출 전망치 기준을 사용한다는 것부터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 ‘기후재정’ 세션에서 공동의장을 수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개월 뒤인 2017년 7월 발표된 G20 ‘기후변화대응성과지수(CCPI)’에서 우리나라가 100점 만점에 35.18점으로 20개국 중에서 18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는 G20 국가 중에서 꼴찌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G20을 대상으로 한 특별보고서로 선진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신흥시장 12개국 등 세계 주요 20개국이 대상이다. G20 국가는 현재 지구 온실가스배출량의 75%를 배출하고 있다. 파리협정 이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이 정해지면서 평가비율을 조정해 온실가스 배출량(40%), 에너지 이용(20%), 재생가능에너지(20%), 기후변화정책(20%) 등 4개 항목으로 평가하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기후변화 대응 성적표’인 셈이다.

2017년 8월 14일 녹색당은 ‘박근혜 정부가 망친 기후변화 대응정책 바로잡자’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높고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도 낮은 성과를 보이면서 지구온도 2도 이하 상승 달성을 위한 경로에서 심각하게 벗어나있다나 다행인 것은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국제기후정책에서 중간 점수를 받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녹색당은 또한 박근혜 정부가 망친 한국의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문재인 정부에서 바로잡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일은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이행,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절대량 기준으로 전환, 해외감축분 11.7%(5640만 ｔ)를 국내 감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정책의 통합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환경에너지부가 논의되었던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왔다.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면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국가인데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세계 언론의 비판이었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전지구적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더 이상 ‘책임 회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대안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할 책무를 지게 됐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