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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미투(#Me too) 외침 속에서 /성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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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2-27 19:03:0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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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가 세상을 뒤흔드는 중이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여기저기서 ‘미투’를 외친다. 지난달, 검찰 내 성추행 사태를 세상에 알린 서지현 검사의 고백을 시작으로, 그 외침은 법조계를 넘어 문화예술계에서 종교계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루가 지나면 또 새로운 폭로가 쏟아지는 데다,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라 요약할 수 없을 정도다.

폭로들을 살펴보면, 발생한 지 꽤 오래된 사례가 많다. 얼마 전까지 자랑스럽게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유명 시인도, 한국의 연극판을 대표해온 거장 연출가도 모두 국민 앞에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된 것은 수십 년 전 그들이 저지른 악행 때문이었다. 미투 캠페인이 오늘날 침묵을 깨트리기까지, 그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폐단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게 뿌리 박혀 있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비뚤어진 성 의식에 사로잡혀 본능을 억제하지 못한 가해자 개인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여태껏 조직 내 성폭력이 은폐되어 온 배경에는 상명하복의 원칙이 팽배한 우리나라 집단 문화가 전제로 깔려있는 듯하다.

미투 캠페인 중 가해자로 거론된 사람들도 연극 연출가, 영화감독, 대학교수, 유명 사진작가 등 모두 각 분야의 최고 엘리트들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이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도제식 시스템은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남성 문인의 성적 요구를 거절하면 문학작품 활동에 복수를 당하곤 했다는 최영미 시인의 증언을 비롯해서 ‘국민배우’ ‘연극계 대부’로 칭송받던 거장들을 향해 쏟아지는 ‘미투’ 폭로들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진 성범죄를 침묵과 방조로 묻히게 만든 건 그 조직 내의 권력형 위계 구조 영향이 컸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숙제가 보인다. 권력형 범죄가 은밀히 자행될 수밖에 없었던 집단 문화와 그 분위기에 대해 개혁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고통보다 집단의 안위가 우선시 되는 잘못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하며, 범죄를 당하고도 또 다른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피해자가 더 생겨서는 안 된다.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법적 제도를 개선하고 또 새로 마련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미투 캠페인은 단순히 내부 고발성 캠페인만이 아니다. 그동안 사회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언론이 감시활동을 제대로 해왔는지를 되묻는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언론도 ‘권력형 범죄’를 방관하는 사회 구조 속에 숨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가해자 혹은 공범자의 위치에 머물렀던 적은 없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미투 캠페인을 지켜보면서 국제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요구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언론이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들은 보통 성범죄를 인식할 때 ‘남성 가해자’와 ‘여성 피해자’라는 개념을 전제로 깔고 시작한다. 하지만 성폭력을 젠더 관계의 문제로 생각하기보다는, 강자에서 약자로 향하는 권력의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명 남성 피해자도 존재할 것이며, 비록 소수일지라도 충분히 미투 캠페인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피해자가 당당히 ‘미투’를 외치고,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미투 캠페인’의 의미이자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언론이 약자의 외침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리되, 그들의 보호에도 앞장서 줬으면 한다. 잘 팔리는 선정적 주제, 특종 보도에만 집중하는 언론은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최근에도 미투 폭로 글의 자극적인 부분만 골라 작성된 겉핥기식 기사가 인터넷에 흘러넘쳤다. 별다른 심층 취재 없이 피해자에게 있었던 행위만을 지나치게 자세히 다루는가 하면, 가해자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루는 기사도 있었다. 변화를 위한 ‘미투’ 외침 속에서, 국제신문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늘, 서지현 검사가 쓴 입장문이 유독 마음에 와닿는다.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관심 가져주길 바랍니다.”

경성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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