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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좋은 대학은 지혜를 가르친다 /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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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2-28 18: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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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저서 ‘국가’는 600쪽에 육박하는 분량이다. 비록 대화 형식으로 쓰긴 했으나 외관으로 보는 두께만큼 이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취업을 중시하는 요즘 풍토에서 이런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용기와 인내 없이는 힘들다. 고전에 관심이 없는 세태이다 보니 책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와이즈유(영산대) 캠퍼스 도광헌에서는 재학생과 이 대학 부구욱 총장이 모여 ‘국가’를 읽은 후 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에 이 책을 처음 접했다는 1학년 학생은 이 책을 모두 읽는 데 3개월이 꼬박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학생은 무려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고 밝혔다. 1시간가량 걸린 이 자리에서 학생 대부분은 책이 어려워 지금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상당수는 전부 읽지 못했다. 일부 학생은 이번 기회에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은 지혜 용기 절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모임 네 번째 만에 ‘국가’를 끝내고 다음부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다. 이들 중 일부는 고전 100편 읽기에 도전한다.

부 총장은 이 자리에서 “고전에서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찾아야 한다. 미국의 시카고대학과 중국의 칭화대학이 명문대학이 된 것은 학생들에게 고전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졸업할 때까지 고전 100편을 읽는다면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지역대학으로 인식된 시카고대학이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 된 것에는 분명 무엇이 있었다. 설립자인 석유재벌 록펠러의 지원을 그 배경으로 꼽는 이가 있고, 교수 대 학생 비율이 1 대 5인 점을 꼽는 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모든 학생이 고전을 읽어야 하는 교육 방식에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학생은 입학 후 2년간 폭넓은 고전 공부를 해야 하는 ‘리버럴 아츠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외국 유학생을 위한 학원 개념에서 출발한 칭화대학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된 것도 고전을 중시하는 학풍 때문이다. 흔히 이공계열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문 고전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재학생은 고전 100권을 읽어야 졸업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 대학을 졸업했다. 리정다오와 양전닝 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가 발표하는 세계 대학 순위는 3년째 25위권이다. 아시아에서는 5위권이다.

와이즈유는 개교할 때부터 논어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정해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전국에서 논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가장 많은 곳이 와이즈유다. 입학생은 또 졸업할 때까지 학교가 추천하는 고전 200편 중 10편을 읽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간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휴머니티 콘테스트’도 매년 열고 있다. 외면의 아름다움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게 대회의 목적이다. 어떤 게 내면의 아름다움인지 정해진 게 없다. 이를 찾는 것도 공부다. 와이즈유는 인문학 최고위 과정도 운영한다. 올해부터는 인문학 심화 과정을 학부에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 총장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고전 읽기’도 인문학 공부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한때 서당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판사를 지낸 그지만 항상 서당에서 배운 동양고전의 중요성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와이즈유의 이런 교육은 여느 대학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취업이 지상 최대과제인 요즘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와이즈유는 대학의 위기인 이때 대학의 본 모습을 찾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고전을 통한 지혜를 가르쳐야 사회에 나가서도 남보다 탁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와이즈유가 취업에 필요한 외국어나 기술 교육 등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실용적 기반 위에 지혜의 샘을 파는 것이다.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을 고전에서 찾는 와이즈유의 모습에서 대학이 나아갈 바를 보았다. 취업이 마치 학문의 목적인 양 착각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지혜로운 인간이야말로 기술만 익힌 인재보다 탁월하다”는 부 총장의 외침이 사회에 울려 퍼질 날도 멀지 않았다.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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