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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갑질과 배려- 6년간의 부산상의 회장직을 떠나며 /조성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06 21:00:28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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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갑질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게 한 사례도 있었고 약자에 대한 권리 남용 행위도 여러 건 보도되었다. 이런 갑질에 우리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응 자체는 어쩌면 당연하고 지나친 것도 없다. 다만 이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억눌린 민중의 울분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우리는 지난 반만년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외침을 겪었고 근대에도 일제강점기를 경험했다. 수없는 외세의 침입을 몸으로 부딪쳐 지켜온 우리의 민중은 자신을 표현하고 권리를 누리는 데 익숙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을 감추고 권세와 권력 밑에 억눌려 왔다. 일제강점기는 말할 것도 없다. 현대에 와서도 고도성장을 위해 그들의 권리는 반납된 면이 없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 민중이 저항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핍박 속에서도 민중은 촛불을 들어 권력에 항거해 오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3·1운동이 그러했고, ‘4·19’와 ‘5·18’ 등 시대를 뛰어 넘는 촛불은 언제나 있어 왔다. 지난해 우리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도 불통에 대한 억눌린 민중의 목소리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하면서 이런 억눌린 민중의 함성은 세련되고 성숙된 시위 문화로 새롭게 조명되기도 했지만 민심의 억눌림은 진행형이다. 민중을 억압하는 권력의 갑, 돈의 갑, 지위의 갑 등 수많은 갑과 이들에 의해 자행되는 갑질도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갑들을 만들어내는 불평등의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갈수록 커져가는 소득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성장 격차, 교육 격차 등 이런 불평등은 새로운 갑과 갑질을 만들고 있다.

사람과 기업 간의 관계에서뿐만은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경제력 격차도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불평등이다. 이로 인한 수도권의 갑질 역시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현안의 상당수가 수도권 중심 논리에 막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 뭐 그런 게 필요해”, 참 무서운 말이다. 모든 것이 수도권의 논리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다. 이미 지나친 과밀화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어 보인다.

여전히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 지방이 고사된다면 수도권 역시 붕괴될 수밖에 없다. 고사된 지방을 살리는 것은 결국 국가재정이다. 지방에 대한 재정 투입도가 높아져 간다면 종국의 피해는 수도권이 볼 수밖에 없다. 수도권이 지방에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것이 결국은 상생의 길인 것이다.

억눌린 민중의 목소리와 그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가진 자만으로는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 중소기업 없는 대기업이 있을 수도 없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지 않고는 공멸할 뿐이다. 좀 더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위할 줄 알아야 하고 수도권이 지방을 배려할 때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어떠한 형태로든 필요하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는 늘 약자의 억눌림이 있기 마련이다. 그 억눌림은 분출되기 전에 위로받고 공감되어야 한다.

성현의 말씀에 과이물강(果而勿强)이라 했다. ‘과감히 행하되 상대에게 강하게 군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강함만 가지고는 세상의 뜻을 이루기 어렵다. 병장기를 휘두른 전쟁만으로는 사람을 복종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권력이나 병장기를 동원해 상대에게 군림하면서 복종을 강요하는 수많은 갑과 갑질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상대에게 군림하지 않는다’는 과이물강의 도(道)가 절실해 보인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지 벌써 6년째다. 며칠 있으면 임기도 끝난다. 상공회의소는 기업단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매몰되면 오래가지 못한다. 상공회의소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지만 이에만 매몰되면 지역 사회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지역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상공회의소는 역할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재임 기간 내내 지역 상공계와 시민들 간에 새로운 접점을 찾고자 한 것은 상공회의소의 힘도 지역 사회 내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국 상의 최초로 기업 전시관을 만들고 여기서 시민들이 함께하는 프롬나드 음악회를 개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달 서른세 번째 음악회가 지역 기업의 릴레이 후원으로 성료되었다. 클래식을 통해 기업과 시민이 소통하는 새로운 교류의 장을 만들었고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도 훨씬 높아졌다.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헤아리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함께할 때 기업도 상공회의소도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또 이것이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지난 6년 동안 얻은 가장 큰 경험이다. 자신이 가진 힘만으로 내 것을 강요하고 억압하는 갑질보다는 남을 위한 배려와 존중이 더 큰 신뢰의 길임을 우리 사회 모두가 다시 한번 되돌아 봐야할 때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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