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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高手의 질문법

질문에 약한 현대인들, ‘섬세한 손’ 잃어버린듯 대학 강의실도 질문 실종

지역의 미래와 비전, 리더들에게 묻고 따져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12 19:56:44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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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어느 한적한 건널목.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신호가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자 사람들이 바삐 길을 건넌다. 그런데 한 학생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신호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빨간불과 파란불 사이의 시간 간격이 다른 것 같다. 이 신호체계를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없을까 고민했다”고 답한다. 중3 때 수학 논문을 썼다는 수학영재 이성계 군의 일화다. 일상 속 작은 호기심을 궁금증으로 연결해 질문하는 버릇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도처에 차고 넘치는 인터뷰. 묻고 답하는 인터뷰의 핵심은 질문에 있다. 날카로운 질문이 좋은 대답을 이끌어낸다.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도 그에 대해 ‘묻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질문에 약하다. 시스템에 대한 질문은 더욱 약하다. 보이는 것만 보려 한다. 네이버나 스마트폰이 온갖 질문을 척척 해결해주는 것 같지만, 그건 대부분 1차적 지식 정보에 불과하다. 진짜 고급 지식이나 알짜 정보, 가치 있는 융·복합 지식은 그에 맞는 질문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고수의 질문은 무엇이 다른가? 이 질문을 던져놓고 자료를 찾다가 ‘고수의 질문법’(미래의 창)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인플루엔셜)을 엿보게 되었다. 책을 보다가 몇 번 무릎을 쳤다. 질문의 하수, 중수, 고수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안고수비(眼高手卑). 눈은 높고 솜씨는 서투르니, 실력을 키우라는 말이다. 이 말속엔 ‘고수’의 지혜가 숨어 있다. 고수들은 일반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섬세한 손과 생각의 근육을 갖추고 있다. 섬세한 손과 생각의 근육은 질문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것이 장인을 낳고 명인을 키운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우리에게 다섯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의 사명은 무엇이고, 고객은 누구이며,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 그리고 우리의 결과 및 계획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고민할 바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조직의 방향을 변화시키고 리더들의 성장을 도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고수와 중수, 하수는 무엇이 다른가? 크게 두 가지가 다르다. 첫째, 하수는 자신이 아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묻고, 중수는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묻는다. 하지만 고수는 상대를 배려하면서 상대가 필요를 한 것을 이끌어내 주기 위해 묻는다. 다시 말해, 하수는 자신을 위해 묻지만 고수는 상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묻는다는 것이다. 고수의 질문 속엔 상대에 대한 사랑, 배려가 깔려 있다.

둘째, 하수는 결과를 묻고, 중수는 과정을 물으며, 고수는 의도를 묻는다는 말도 음미할 만하다. 고수의 질문은 상대의 인식 지평을 확장시킨다.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가 고수다. 어쨌거나, 질문이 고수를 만든다는 말은 금언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대학에선 요즘 어떤 질문이 있을까? 얼마 전 모 지역대학 교수가 들려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요즘 강의실요? 질문 없어요. 질문이 없으니 문제해결 능력도 떨어지죠. 호기심이 거세되고 있다고 할까. 큰 과제를 주면 아예 포기해 버려요.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변화의 물결이 밀려드는데 큰일입니다.”

질문이 없는 건 학교나 시민사회나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정책에 대해 묻지 않으며, 리더의 실적을 잘 따지지 않는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활동도 예전 같지 않다. 시민사회 전체가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걱정스럽다.

진화생물학 이론에 용불용설(用不用說)이란 게 있다.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전하고 안 쓰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이론이다. 질문도 이와 마찬가지다. 질문이 활발하면 사회가 발전하고, 질문이 없으면 퇴보한다. 지금 오늘 부산의 상황도 질문 찾기가 어렵다. 질문이 멈춰 있는 사이, 부산은 떠나는 도시, 경제적 활력을 잃은 도시로 전락했다.

우리 선인들은 불치하문(不恥下問), 즉 손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모르면서 묻지 않는 것이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는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다”고 했다. 영혼을 흔드는 통찰이다.

자, 이제 우리가 질문을 할 차례다. 나는 자신에게 당당한가? 지금 부산은 잘 굴러가는가? 시민들은 행복하고 미래를 낙관하는가? 차기 시장과 구청장, 시의원, 교육감은 어떤 포부와 비전으로 희망의 도시를 만들 것인가? 준엄하게 묻고 냉철한 답을 받아낼 때 6·13 지방선거는 보다 강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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