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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MeToo-나도 그 꿈 꿨다 /오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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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14 19:30:0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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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을 꾼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혼자 꾸는 꿈도 있고, 여럿이서 같이 꾸는 꿈도 있다. 나의 꿈은 우리들의 꿈으로 쉽게 진화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우리들 꿈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뜻과 마음을 모은다. 이를 위해 진실하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들의 꿈의 세계를 만들려고 한 역사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실현된 꿈의 세계는 종종 우리들의 꿈을 배신한다. 꿈이 꿈인 이유는 지금의 현실을 넘어설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꿈의 세계가 실현되었다고 선포되는 그 순간부터 꿈의 세계에 꿈이 들어갈 자리는 사라지고 만다.

‘행동하는 지성’으로 불렸던 고(故) 윤일성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가 번역한 ‘꿈의 세계와 파국 : 대중 유토피아의 소멸’(경성대 출판부) 역자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발터 벤야민 연구자로 유명한 수잔 벅-모스 미국 코넬대 정치학과 교수가 썼다. 고인의 연구실에 있는 책을 제자들에게 기증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신학기를 맞은 제자들이 책을 가져가며 지난해 12월 1일 작고한 윤 교수를 추모했다고 한다.

기자도 소식을 듣고 대학원 시절 고인의 수업을 수강했을 때 선물받은 이 책을 펼쳤다. 순간 고인에 관한 추억과 함께 그가 생전에 자주 썼던 꿈, 유토피아, 공동체라는 용어가 떠올랐다. 고인은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LCT)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누구나 누려야 하는 천혜의 절경 해운대 조망권을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소수만 독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공공개발의 탈을 쓴 채 이뤄지는 ‘공적 영역의 사유화’를 학자의 양심을 걸고 막으려고 애썼다. 많은 사람이 그를 실천하는 도시사회학자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윤 교수를 머리가 희끗희끗한 문학소년, 유토피아와 공동체를 꿈꾸는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하고 싶다. 고인은 난해한 사회학 이론을 영화, 시, 소설 같은 문화에 빗대 가슴에 와 닿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아니 온몸으로 이해하고 풀어냈다는 표현이 적확할 것 같다. 윤 교수는 내게 꿈 전도사였다. 고인의 가르침은 사회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초심을 잃고 세상과 타협하려는 나를 되돌아보게 해줬다. 그러고 보니 고인의 수업을 들었을 때 나도 공공개발을 빙자한 난개발과 공적 영역의 사유화에 반대하고, 부산이 지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즘 사회 쟁점이 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처럼 “나도 고인과 같은 꿈을 꿨다”고 외쳐 본다.

사회적 약자가 성적 의사결정권을 침해받은 경험을 공유하고 바로잡으려는 미투운동을 지지한다. 이와 별개로 우리들의 꿈, 공동체의 꿈을 공유하는 미투운동 또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시민 대다수가 고인과 같은 꿈을 꾸면서도 현실적으로 난개발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작았다. 환경보전 논리가 ‘토건주의 성장연합 카르텔’의 개발 논리에 밀렸다. 부동산 개발업자와 부산시·의회, 국회의원, 학자들로 이뤄진 그들은 사적 이익을 관광 개발이라는 공적 이익으로 교묘하게 포장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이윤과 효율성을 앞세운 자본의 논리에 따라 공적 영역의 사유화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일상생활 곳곳으로 침투하면서 생존경쟁에 허덕이느라 꿈을 잃은 사람이 적지 않다. 윤 교수처럼 내 꿈을 다른 사람의 꿈과 공유하고 우리의 꿈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 고인이 이 책을 번역한 것도 먹고살기 바빠서 꿈과 유토피아, 공동체의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에게 그 가치를 일깨워주고 공유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 책의 역자 서문에 ‘모든 시대는 다음 시대를 꿈꾼다’는 프랑스 역사학자 쥘 미슐레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 세대가 공공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되는 난개발을 포함한 공적 영역의 사유화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세월이 흘러 자식 세대로부터 아버지 세대는 그것도 못 지키고 뭘 했느냐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공적 영역은 지켜져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꿈만 꾸지 않는다면. 행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다. 내 꿈, 나아가 우리의 꿈을 지켜줄 후보를 선택할 기회다.

의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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