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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록봉박물관과 부산시교육청 /유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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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군에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란 곳이 있다. 폐교인 산성중학교를 활용해 1960, 1970년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운동장에선 스카이콩콩 쪽자(달고나) 비누거품 등을 만날 수 있고, 건물로 들어서면 시대소리사 극장 역전상회 공중변소(화장실) 등 세트장뿐 아니라 타자기 풍금 등도 전시돼 있다. 해마다 전국에서 10만여 명이 찾는 군위군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니 폐교를 제대로 활용한 셈이다.

부산에도 폐교를 활용해 관광자원으로 조성한 공간이 있다. 바로 부산 강서구 가덕도(천가동)의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이다. 폐교인 천가초등학교 천성분교를 부산시교육청에게 임대받아 사립박물관으로 꾸몄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면 어릴 적 시골에서나 봤을 법한 우물과 펌프를 만날 수 있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 펌프에 넣으면 마중물이 돼 펌프 손잡이를 위아래로 휘두를 때마다 물이 쏟아져 나온다. 또 각 교실에서는 바람을 불어 쭉정이와 곡식을 분리했던 ‘풍구’, 옛 전화기, 오르간, 100년 된 냉장고 등 2500여 점(총 6000여 점 중 순환전시)의 민속자료가 갖춰져 있다.

사실 부산에는 부산박물관 복천박물관 등 고대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아이들 기준으로 부모님 세대, 조부모 세대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30~100년 전 모습을 간직한 곳은 많지 않다. 사상생활사박물관, 수영성 마을박물관 등이 비슷한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관광지로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으로서의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부산은 물론 가깝게는 경남·전남에서, 멀게는 서울·인천 등지에서도 가족여행 또는 견학, 수학여행으로 연간 1만여 명이 찾을 만큼 주목도 받고 있다.

하지만 록봉박물관 손혁 관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시교육청이 2015년 말부터 지금까지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면서 오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해당 부지를 공개입찰에 부쳐 자체 활용하거나 매각할 계획이다. 퇴거 요구를 묵살한 박물관은 해마다 정상 임대료보다 20%가량 비싼 ‘무단 점유 변상금’으로 5000만 원가량 내고 있다. 해법을 찾지 못한 양측은 지난해 1월 소송전(명도소송)에 돌입했고 1, 2심(시교육청 승소)을 거쳐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록봉박물관을 대하는 시교육청의 태도를 보면 함께 좋은 교육 인프라를 만들기 보다 내쫓을 방안에만 골몰하는 것 같다. 시교육청 관계자에게서는 “사설기관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 “관람객 수를 실측해 보니 허수가 많다”는 등 부정적인 이야기뿐이다. ‘같이 잘살자’보다는 ‘너는 모르겠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식의 시교육청에게서 중소기업과 맞붙은 ‘대기업’, 전통시장과 갈등을 빚는 ‘대형마트’, 을을 괴롭히는 ‘갑’과 유사한 느낌이 드는 건 기자만의 착각일까.

국제신문은 창간기획으로 ‘공존’을 내걸었다. 모두가 잘 먹고 잘살기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소외당하는 소수에게 다수가 따뜻함을 나누는 공존 유토피아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기획 취지다. 사회 곳곳에 도사리는 차별과 강압을 넘어 공생하는 방법을 찾자는 거다. 부산시와 강서구뿐 아니라 시교육청과 록봉박물관이 한자리에 모여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를 능가하는 관광과 교육의 인프라를 키울 방안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최소한 공존의 차원에서 머리라도 맞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회1부 차장 def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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