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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민상권 피해 더는 없길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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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山腹)은 산허리를, 도로(道路)는 길을 뜻한다. 그런데 이 두 단어를 합쳐 놓은 산복도로라는 말의 뜻은 어학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산허리를 지나는 도로. 뜻풀이가 어려울 것 없는 단어인데도 그렇다.

이건 산복도로라는 말이 지닌 강한 지역성과 특수성 때문이다. 부산에는 산허리를 지나는 좁다란 길과, 그 도로변마다 집이 빼곡한 산복도로가 얼기설기 들어설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다. 해방 후 고국에 돌아온 동포와 6·25전쟁 피란민, 산업화 시기 공장 노동자들이 산복도로에 자리 잡았다. 판잣집 하나만 산비탈에 걸쳐둔 채 먹고사는 일 자체가 숨 가쁜 이들이었다. 이후엔 무허가 판잣집이란 이유로 강제철거와 이주 대상이 됐다. ‘산허리를 지나는 도로’라는 어학사전식 뜻풀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환이 이 말 속에 담겼다. 그 대신 향토자전이나 백과사전이 어김없이 부산 산복도로의 형성 배경을 담아 ‘산복도로’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 가운데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에 카페촌이 움튼다는 건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들게 한다. 우선 반갑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들 가게는 빈집이나 공장으로 남은 본래 공간의 안팎을 최대한 보존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들 가운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없다. 그 대신 ‘초량’이라는 동네 이름이나 번지를 가게 이름으로 삼았다. 가게의 면면도 흥미롭다. 초량동에 30년을 산 ‘소반, 봄’ 주인 박민영(여·40) 씨는 가게 명성을 일군 대학가를 떠나 이곳 산복도로에 새롭게 가게를 냈다. 덕화푸드나 이대명과도 지역 향토기업으로 유명하다. 누가 판을 짠 것도 아닌데 지역성 짙은 산복도로에 특유의 내력과 콘텐츠를 지닌 가게들이 골라 들어선 건 행운이다. 카페촌을 중심으로 젊은이와 여행객이 몰려들면서 주변 원도심도 활기를 띤다.

한편으론 걱정이 든다. 해운대구 송정이나 중구 광복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까지 이런 방식으로 떴던 곳은 어김없이 주변 지가와 임대료 상승을 겪었다. 이 와중에 원주민과 전입 가게 사이 갈등도 불거졌다. 자생적으로 명소가 된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마저 예외가 아니었다.

산복도로 카페촌에 거대자본이 들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면 나타날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노인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경제 형편도 넉넉하지 못한 주민이 많아 피해는 훨씬 치명적이다. 지역 마을재생 사업에 매진해온 전문가는 바로 지금이 협의체를 둬 이런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제 발로 굴러들어왔다고 여긴 복덩이가 마을을 망가뜨리기 전에, 부산시와 동구가 이 조언의 의미를 곱씹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회1부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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