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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부산항과 노량대교 /이흥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21 20:18:0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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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은 ‘부산항 박사’로 불린다. 그는 부산본부세관 근무 시절인 1983년 부산세관 100주년 기념 책자 발간작업에 참여하면서 부산항 관련 사료를 모으기 시작해 지금까지 지난한 이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간직한 부산항의 자료가 충분치 않은 데다 이마저 흩어져 있어 누군가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게 모은 자료를 토대로 그는 1년10개월에 걸쳐 국제신문에 ‘부산항 이야기’를 70회나 연재했다. 그가 아니면 부산 앞바다에 수장됐을 법한 소중한 내용이 수두룩하다. 해양수산부장 시절 그의 첫 독자였던 인연으로 가끔 중앙동 선술집에서 부산항과 관련된 많은 얘기를 들었다. 발품을 팔아가며 채록했다는 사실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런 그가 최근 한 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신문에 연재했던 부산항 이야기의 ‘구두수선 노인과 애국복권’편을 본 중구청에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부둣가에서 짐을 나르며 어린 고아를 돕던 한 소년 고아를 소재로 만들어진 휴대전화만 한 ‘아이언 보이’ 동상이 관광명물이 됐듯이 1950년대 후반 영도다리 옆 구두수선 노인의 동상을 세우자는 게 주 내용이다. 애국복권에 당첨된 노인은 평생 밥벌이 밑천이었던 구두수선통을 다리 밑으로 던졌고, 알고 보니 복권은 구두수선통 틈에 끼워놓았다. 새옹지마의 교훈과 이산가족의 대표적 만남의 장소였던 영도다리에 남아 있는 스토리를 입혀 구두수선공 할배동상을 다리 근처에 세워 행운과 재기의 힘이 실린 사랑의 동전을 던지게 하자고 그는 제안했다. 스톡홀름항에 ‘아이언 보이’가 있듯이 부산항 하면 ‘아이언 그랜드파더’가 생각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스토리가 있어 문학이 사람을 끌어들이듯 작은 동상에도 이제 사람의 향기가 스민 스토리를 담아야 생명이 부여된다. 그는 만시지탄이지만 기초자치단체가 스토리텔링에 눈을 뜨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범위를 좀 더 넓혀 부산항에는 개항부터 구한말, 일제강점기, 6·25전쟁, 수출입 관문으로 이어지는 바다 도시의 흥망성쇠가 남아 있지만 여기에 스토리를 입혀 도시재생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신항 건설로 인한 항만기능 재배치로 출발한 북항 재개발사업도 뜯어보면 호텔 카지노리조트 등 초고층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이 대다수다. 여기서 무슨 부산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겠는가.

40, 50년 전부터 전 세계는 도시재생에 정체성과 역사성이라는 스토리를 가미해 재개발에 나서고 있다. 바다 도시는 특히 그러하다. 문화재와 근대건축물, 산업유산 등을 지금의 삶과 함께 앞으로 발전적인 삶의 근거가 될 개념을 정립해 재활용을 넘어 창출을 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항, 일본 요코하마항, 미국 볼티모어항 등은 이미 알려진 대표적 본보기다.

반면 부산은 최근에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북항 1부두의 원형보존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다. 북항 재개발계획의 그림이 이미 나와 있는 마당에 사실 버스 지나간 뒤 손 드는 격이지만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뒤늦게나마 깨달아 다행이다.

최근 국가지명위원회는 경남 하동과 남해군을 잇는 새 연륙교 명칭을 노량대교로 최종 확정했다. 남해군은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 이름은 섬 이름을 본떠 명명한다는 관습에 위배됐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국가지명위가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싶다. 다리 아래가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의 전장이었다는 점이 감안되지 않았나 싶다. 이웃한 두 군은 남해군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넋을 기리는 사당인 충렬사, 장군의 유해가 맨 처음 육지에 오른 이락사, 이순신 순국공원을 이번에 명명된 노량대교, 그리고 여수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를 묶어 ‘이순신 관광벨트’로 관광자원화할 것을 권하고 싶다.

통영 미륵도의 폐조선소 부지가 지난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부산의 전철을 밟지 말고 해외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해 한때 조선업이 번창했던 미항이자 예향인 통영만의 이미지를 반드시 살려내기 바란다. 참, 이 관장의 ‘부산항 이야기’를 묶은 책은 오는 6월 나온다고 한다.

사회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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