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 인근에 자리잡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폐교를 리모델링한 센터 건물 지붕엔 거의 전체를 태양광패널이 덮고 있다. 김해창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대안학교’ ‘슈마허학교’ 로도 불리는 부산 기장군 일광면 부산광역시교육청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오는 21일로 개관 1주년을 맞게 된다.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였던 폐교가 ‘기후변화교육’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변화문제가 지구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오늘날 부산광역시교육청이 미래세대인 학생들을 위해 만든 기후변화 체험교육장으로 교육청 단위에서는 전국 처음이다. 학리분교 부지 1656㎡, 건물 3개동(296㎡)의 ‘작은 폐교’가 ‘에너지대안학교’으로 1년 사이에 탈바꿈했다. 부산교육청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5년도 시도교육청 평가시상금 5억3149만 원을 여기에 투입했다.

지난달 28일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센터앞에 붙은 ‘학리(鶴里)’라는 이름은 마을의 생김새가 ‘황학’을 닮았다는 설과 마을 남쪽 노송에 겨울철 학의 무리가 서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패널을 아래에서 본 모습.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제공

먼저 이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 들어서면 한 눈에 지붕을 거의 다 덮은 태양광패널지붕(15㎾)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자그마한 건물에 ‘패시브하우스’라고 하는 에너지 개념이 곳곳에 숨어있다. 지붕 위에 태양광패널과 태양열발전기가 있다. 벽은 단열벽, 창문은 단열방풍 창호, 문은 이중단열 도어이다. 그리고 내부열을 보호하기 위해 폐열회수장치가 설치돼 있다. 건물 외벽 주위에는 태양광 가로등이 있고, 운동장에는 자립형 간이 태양광발전기나 태양열 조리기가 보이기도 한다. 운동장 맞은 편에는 토종 씨앗을 품은 텃밭이 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 들어가기 전에 만나는 일광바다는 시원함을 준다. 이곳이 바로 동해 남부해안의 대표적 해수욕장인 일광해수욕장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광(日光)이라는 이름 또한 이곳이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 ‘햇빛마을’임을 말하고 있다. 핵발전소단지인 기장군에 탈핵에너지전환의 ‘작은 기지’가 바로 일광 학리에 들어선 것이다.

	옛 폐교 교실을 리모델링한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내 체험실. 김해창

센터 문을 들어서면 분교에 걸맞는 2개 반(班)의 교실이 나온다. 이 교실은 모두 자연에너지 체험시설로 압전소자 발전판, 태양광자동차 원리, 자전거로 음료만들기, 풍력발전기 체험, 자전거발전기, 태양열조리기 프로그램 등이 있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스스로 체험을 할 수 있다. 자전거발전기는 자전거 바퀴가 회전할 때의 역학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준다. 압전소자 발전은 사람이 걸어다니거나 발을 구를 때의 압력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한다. 태양광 자동차 코너에서는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햇빛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원리를 알 수 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체험실 내 ‘발로 만드는 전기 압전소자’ 코너(왼쪽)와 이곳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제공

개관 1주년을 맞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2017년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결과보고서’를 내놓았다. 1년 동안 이 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지난해말까지 공식적으로 150차례 2300여 명이 다녀갔다. 부산대, 동의대, 울산과학기술원 등의 연구자들과 인천기후환경네트워크, 포항제철중, 과천중등무지개학교 등 전국의 시민단체, 중등학교 학생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았다. 일반인은 매월 80~18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곳의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어 지역 기후변화교육센터로서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연근 센터장을 비롯해 5명의 운영팀이 예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으로 일해온 데 힘입은 바도 크다. 또한 부산시교육청의 관리팀과 운영자문위원회(위원장 구자상 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이 민관거버넌스로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차연근 기후변화교육센터 센터장은 “폐교를 활용하면서 폐자재 하나 내놓지 않고 리모델링했다”며 “앞으로 센터를 통해 대량생산과 소비생활에 대한 성찰과 대안찾기 노력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험실 내 태양광자동차 원리 설명 코너. 김해창

이곳 센터의 일은 크게 학생, 시민을 대상으로 학리기후변화교육 체험관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의 기후변화에너지교육 전문인력을 키우고, 기후에너지학교 등을 통해 지역환경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후변화대응 및 적정기술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교육 및 홍보활동을 하는 것이다.

차연근 센터장은 올해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중점을 두는 기획프로그램으로 이런 것들이 있다고 소개한다.

첫째, ‘우리콩 두부교실’이다. 4월부터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우리콩 두부교실은 GMO나 푸드마일리지 등을 이해시키고 생활 속에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맷돌을 직접 갈아서 동력에너지와 두부를 만드는 전 과정을, 특히 우리콩, 우리밀의 소중함으로 알게 되는 ‘맛있는 체험교육’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둘째, 일광바다쓰레기 제거 프로젝트이다. 청소년 동아리를 중심으로 5월부터 9월까지 매월 한차례 일광해수욕장 일대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일광바다 조간대의 바다생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11월에는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도 가질 계획이다.

셋째, ‘가족과 함께 하는 탄소발자국 일일캠프’이다. 오는 4월 21일 개관 1주년을 계기로 ‘일일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5, 6월에 역점사업으로 주말전일제로 1회에 8~10가족을 초청하고 오는 10월까지 매월 1회로 5차례 정도 가질 계획이다. 생태밥상, 하룻동안 자연에너지로 생활하기, 아홉산숲탐방, 가족단위의 에너지실천 프로그램 10계명 지키기 등 ‘지역밀착형’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해 여름방학 중에 실시한 ‘제1회 슈마허학교’ 프로그램 때 참가자들이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대안학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제공

넷째, 미세먼지 제거장치인 포그싸이클론 제작교실을 비롯해 적정기술 아카데미를 연다. 단순기술과 최소자원을 활용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하는 삶을 추구하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정신을 바탕으로 포그싸이클론, 태양열건조기, 열풍순환건조기 만들기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젝트이다. 이밖에 여름방학 때는 추적식 소형(50W) 태양광발전시스템, 소형풍력(1㎾) 제작교실을 열 계획이다.

다섯째, 생태텃밭 가꾸기를 한다. 이곳 센터 마련된 생태텃밭을 언제나 살펴볼 수 있고, 작은 온실도 있어 가을겨울철에도 사계절 채소 키우기도 가능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홈페이지( http://bie.pen.go.kr/cce)에 들어가면 알 수 있고, 인터넷 예약도 가능하다. 법정공휴일과 주말은 휴관이며, 평일 9시에서 6시까지 운영되고 단체 관람으로 사전예약을 받는다. 전화번호는 070-8816-0356~7이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일반 시민이나 학교, 유치원, 기후변화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적정기술 교육, 대여 및 보급사업도 한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홈페이지에 소개된 4월 프로그램 일정표 중 일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위원장인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구자상 공동대표는 “1년간 예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나름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며 “개관 1주년을 맞아서 환경가족일기쓰기나 환경독후감 모집 등도 계획중이며, 시민들과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알찬 프로그램을 만들어 명실상부한 기후변화교육의 센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환경경제학자 E.F.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내서 ‘부산의 슈마허학교’ 기장군 일광면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를 꼭 한번 다녀오시길 권한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