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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투는 계속돼야 한다 /김해정

  • 국제신문
  • 사회1부 기자 call@kookje.co.kr
  •  |  입력 : 2018-04-08 19:14:33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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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지. 그 교사가 한 짓도 지금 세상이었으면 다 미투해야 한다니까.”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불거지자 우리 집에서도 첫 미투 고백이 터졌다. 미투 고백자는 엄마. 미투 대상자는 40년 전 중학교 음악 교사다. 엄마의 미투 고백은 이랬다. “음악 수업 시간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눈을 감고 있으라고 할 때가 있어. 그러면서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팔뚝을 꼬집더라고.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랬지. 지금도 생각만 하면 소름이 끼친다니까. 그 기분이 이상해서 그 교사가 따로 부를 때는 꼭 친구랑 같이 갔어.” 4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고백의 기억과 느낌은 선명했다. 어릴 적 묘하게 이상했던 기억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너희가 인기척 없이 내 옆에 오면 화들짝 놀라잖아.”

성폭력의 기억은 짙다.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이 옅어질 뿐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그 행위의 강도와는 관계없다. 그래서일까, 사회 각계각층에서 잇따르는 미투 고백 대부분은 과거의 일이다. 법조계에서 처음 터진 서지현 검사의 미투 고백도 8년 전의 일이었다. 연출가 이윤택을 둘러싼 성추행 폭로 사건 중엔 18년 전인 2000년에 벌어진 일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당했던 성범죄의 기억이 끈질기게 피해자를 괴롭혀온 셈이다.
일상 속 성폭력은 더욱 악질적이다. 피해자가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수차례 묻는다. 최근 부산의 한 중학교,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미투 고백이 그러했다. ‘학교 수준이 떨어진 건 여성이 입학한 후부터’라는 한 대학 교수의 발언을 폭로한 학생은 ‘이것도 공론화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한 중학교 교사에게 ‘여자는 엉덩이가 빵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미성년자 학생들은 그때의 일을 말하는 데 주저했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가해자들의 생각이 그대로 피해자에게 옮겨간 듯하다.

엄마도, 서지현 검사도 성폭력이 일어났던 당시 바로 문제 삼지 못했다. 일상 속 성폭력이 성폭력인지 인지하지 못해서다. 그래서 그저 상처로만 남아있던 일들이 미투 운동 이후 불거져 나오고 있다. 10년 전, 20년 전의 미투 고백으로 사회가 혼란스럽지만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곪아왔던 상처를 도려낼 기회다. 이를 통해 일상 속 성폭력이 근절되는 것과 동시에 성폭력의 기억을 안고만 살아왔던 피해자들의 상처도 조금이나마 아물기를 바란다.

사회1부 기자 cal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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