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부적절한 처신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피감기관 예산으로 3차례나 해외출장을 다녀온 데서 비롯된 논란은 당사자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말 독일 스웨덴 등지를 다녀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자유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반납해야 할 정치자금을 떼먹으려는 전형적인 ‘땡처리 외유’에 해당한다”며 추가적으로 검찰의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김 원장은 이른바 ‘땡처리 외유’ 주장에 대해 “해외 출장 이전 선관위에서 정치자금을 사용해 진행해도 문제 없다는 답변을 듣고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출장 결과를 19대 국회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통해 신고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2016년 5월 31일을 불과 며칠 남겨놓고 반납해야 할 남은 정치자금을 외유성 출장에 사용한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법적으로는 따져봐야 할지 모를 일이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김 원장 의혹이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는 것은 그의 그간 행적과 금감원장이라는 직책 때문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의원 시절 피감기관으로부터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개혁 이미지가 강했다. 19대 국회에서 이른바 ‘김영란법’ 제정에도 남보다 앞장섰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감원장 발탁도 이런 그의 성향이 감안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제기된 의혹들을 자신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관행으로 치부하고 있으니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는 게 당연하다.

특히 김 원장의 처신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지만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는 청와대 판단은 너무 안이하다. 야당이 김 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법적 판단을 떠나 지금까지의 의혹만으로도 금융계 수장 직책을 수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대로 시간만 끌어서는 또 다른 적폐라는 비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 원장과 청와대가 버티기와 감싸기로 일관하다간 사태가 더욱 악화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