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정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이 공포·시행됐다. 새 균특법에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균형 발전 의지가 담겨 있다. 균형발전의 개념 복원, 균특회계 예산 편성에 대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의견 제시 권한 강화, 지역혁신협의회 구성·운영, 국가혁신클러스터 지정·육성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일찍이 중국의 시성 두보는 춘야희우(春夜喜雨)에서 ‘좋은 비(好雨)는 시절을 알아 때맞춰 소리 없이 내려 만물을 촉촉이 적신다’고 읊었다. 새 균특법은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형 지역 발전이 절박한 때에 전국 방방곡곡에 ‘창조적 혁신, 포용 성장, 분권형 균형발전’의 새 기운을 불어넣는 좋은 봄비가 되리라 확신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전쟁이 한창인 ‘소리 없는 혁명의 시대’다. 국가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저성장·지역 격차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지역은 그야말로 ‘소멸 위기’에 빠져 있다.
통계 수치로 지역의 처한 상황을 진단해 보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인구의 49.5%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주요 기업 본사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분포한다. 수도권 지역총생산(GRDP) 규모는 대한민국 지역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국내 소비의 49.7%가 수도권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심각한 지역 위기를 극복하려면 ‘진정한 긴박감’을 갖고 빛보다 빠르고 바람보다 세차게 ‘분권혁신형 균형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정책-실천-의식’ 등 모든 면에서 체계적 개혁이 필요하다.
제도와 의식 개혁을 위해서는 ‘분권국가’와 ‘균형발전’이 반드시 헌법에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헌법은 국가 운영의 기본지침일 뿐만 아니라 국민 의식과 행동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문호 소동파는 ‘여산(廬山)의 진면목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그 산중에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국민이 분권과 균형발전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오래 ‘중앙집권의 사고틀’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기득권 세력의 저항 극복과 지지기반의 확대가 필수인데, ‘분권혁신형 균형발전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지금까지 시행한 분권형 지역발전 정책의 의미 있는 성과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 각 지역에는 자산과 역량이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그 자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역량이 충분해도 권한이 없어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지방분권국장 재직 시 지방이양사무 1980여 건의 효과를 조사 분석한 결과 지방이양이 행정의 효율성·책임성·신속성 증대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도시관리계획 승인 등에 관한 사무를 2009년 2월 국가에서 시·도로, 2014년 1월 시·군·구로 이양함으로써 계획기간이 단축(8년에서 2년)돼 여주, 이천, 성남이 유명한 아울렛 쇼핑 지역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옥외영업 허용장소 지정 사무를 2009년 8월 국가에서 시·군·구로 이양한 결과 부산, 대구 등 지자체가 민원 발생 우려가 적은 장소를 추가 발굴해 옥외영업을 허용함으로써 주민들의 새로운 문화 수요를 충족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권형 지역발전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권혁신 기반의 지역 주도 거시경제 성장 모델을 정립하여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분권-혁신-균형발전은 매우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이다. 라틴어로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서두르되 천천히 챙겨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시급한 일은 지역혁신 주체의 학습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한편 혁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일어나는 사회라야 혁신이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사회의 다양한 혁신활동을 촉진하는 효과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새 균특법이 규정한 지역혁신협의회가 지역혁신 촉진 플랫폼이 되도록 ‘국가균형발전위원회·정부부처-지방정부-전문연구기관-시민단체’ 간의 긴밀한 협력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