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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북풍과 지방선거 /구시영

역대 선거판 최대 변수…이번에도 블랙홀 작용

지역 살리기 실종 우려, 자치·분권 최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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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6·13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로, 정부·여당의 국정 초반 1년에 대한 심판대 성격이 짙다. 선거의 주요 변수는 크게 다섯 가지가 꼽힌다. 한반도 해빙 무드를 비롯해 일명 드루킹(민주당원 댓글 사건) 특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선거 투표율, 민생 경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최대 이슈는 역시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평화체제 구축 분위기다.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해 보인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역대 선거에서 이른바 북풍(北風)이 핵심 이슈로 위력을 발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서 북풍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나 위협 등을 말한다. 이는 대선·총선 등 전국 선거 때마다 나타났다. 상당수는 공작 논란까지 일었다. 사실 집권 보수정당은 그런 북풍의 덕을 보거나 직·간접적으로 이용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보 위기에 민감한 보수층의 표를 결집하기에는 북풍만큼 좋은 기제가 없었다. 남북 분단 상황에 뿌리를 둔 우리 현대사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돌이켜보면, 북풍 중에서도 1987년 대선 때 ‘KAL기 폭파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선거 바로 전날 여객기 폭파범인 북한 김현희가 국내에 압송돼 온 장면이 보도되면서 선거판을 뒤흔들어 놨다. 그리고 군부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민주진영 김영삼-김대중의 후보 단일화 실패가 주된 요인이나, 북풍이 선거 막판에 크게 작용한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1992년 대선에서는 선거 두 달을 앞두고 대형 간첩사건과 야당 후보 연루설이 불거졌고, 1996년 총선에서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위협 사건이 여당 신한국당의 대승리에 도움을 줬다.

그 5년 뒤 15대 대선에서는 희대의 ‘총풍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여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북측이 휴전선에 총격이나 무력시위를 벌여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북풍 중에서도 최고 압권이다. 그러나 선거는 김대중 후보의 당선으로 끝나면서 최초의 문민 정권교체를 이뤘다. 의도된 총풍이 되레 역풍을 맞은 꼴이었다.
총풍 사건 이후 북풍의 약발은 점차 떨어졌다. 2002년 대선 국면에서는 제2연평해전과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권 고지에 올랐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영향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이길 거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북풍 퇴조가 뚜렷히 나타났다. 그때 전국 선거판을 들끓게 했던 이슈는 ‘천안함 침몰 사건’.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5월 20일,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표까지 나왔다. 그걸로 여당의 압승이 당연시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의 패배였다. 특히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은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크게 앞질렀다. 아울러 영·호남에서의 지역주의가 상당 부분 퇴색된 것도 진일보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북풍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전체적인 선거구도를 ‘북풍 대 민생·드루킹 특검’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물론 홍 대표가 말한 북풍은 과거와 같은 북풍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드라이브를 싸잡아 표현한 것일 터다. 하기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위장 평화쇼’로 맹비난하는 홍 대표와 한국당으로서는 여당에 유리한 남북 평화 분위기가 마뜩찮을지 모른다. 어쩌면 당혹스러울 만도 하겠다. 그간 선거에서처럼 북한발 핵위기와 군사적 위협 같은 북풍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상장인 지방선거에 시대착오적인 북풍 변수가 작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선거의 북풍을 되짚어본 것도 그런 뜻에서다. 대형 외교안보 이슈나 중앙정치권의 정쟁, 색깔·종북론이 지방선거판을 뒤덮어서도 곤란하다.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와 정책 대결이 실종될 수 있어서다. 북풍이 아니라 지역 살리기와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밀착형 공약이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가 되어야 한다. 시대적 과제인 지방분권 개헌의 지방선거 동시 투표가 무산된 마당이니, 여야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올해 개헌로드맵부터 제시하는 게 올바른 자세다.

우리 선거에서 북풍 이슈와 관련한 양상은 바뀌는 추세다. 북한 관련 이슈가 없을 순 없겠지만, 과거처럼 군사적 도발 위협 등의 북풍이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듯하다. 안보 불안심리를 조장하거나 자극하는 행태가 선거에 먹힌다고 보기도 어렵다. 예전과 같이 북풍을 의도적으로 악용했다가는 민심의 호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간 북풍을 겪어온 유권자들의 학습효과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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