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놓고 여야 정당 및 노사 간 갈등이 깊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입 범위 조정 논의가 합의점에 근접하기는커녕 결렬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최대 쟁점은 정기상여금 산입 여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대부분 야당은 정기상여금 산입에 공감하지만, 정의당은 산입 범위 논의 자체를 최저임금위로 다시 이관하자며 반대 입장이다.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의 산입 여부와 방식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 논의에 반발해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없어진다고 주장하는데, 논의가 그쪽으로 흘러가니 초강경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런 데다 경제단체 사이에서는 논의 주체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국경총이 ‘최저임금위 논의’를 내세웠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고 ‘국회 논의’로 선회한 것이다.

이 사안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최저임금위가 지난 8개월여 동안 다뤘으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합의를 모색한 것도 무위로 돌아갔다. 그래서 국회로 공이 넘어왔으니, 노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에 다시 이관하자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제는 국회에서 이견을 최대한 절충하고 결론을 내는 게 타당하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 7월 중순까지는 결정돼야 하기에 마냥 미룰 수도 없다.

국회 환노위는 오늘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나, 결론이 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기상여금만 포함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최저임금 범위 논란은 기본급, 상여금, 각종 수당 등 우리나라의 기형적 임금체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 이는 노사 타협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노사가 대화와 양보의 자세를 견지하지 않고서는 풀어나가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