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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현대판 신사유람단의 고뇌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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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운조선 강국이자 IT강국인 대한민국이 중국의 자동화 항만을 벤치마킹하러 간다는 것, 사실 창피한 일 아닙니까?”

지난 15일 해양수산부 현장시찰단을 이끌고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임현철 항만국장은 우리가 마치 ‘현대판 신사유람단’같다고 자조하며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실제로 이틀간의 시찰 중 만난 중국 항만당국 및 기업 관계자들에게서 세계의 자동화 항만을 주도한다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항만 사진 찍어도 좋다’ ‘ 얼마든지 알려줄테니 배워가라’는 식으로 거리낌없이 공개하는 모습에서 이제 한국과는 경쟁상대가 안 된다는 자신감마저 느껴졌다.

우리 항만에 완전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지 문제는 우리의 선택이다. 다만 우리 국내업체의 기술력으로 구축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중국이 자동화 항만을 일찍 도입한 것이 부러운 게 아니었다. 자국의 기술력으로 자동화 항만을 구축하고, 전 세계 자동화 항만 시장을 주도해 가고 있는 것이 부러운 것이었다.

실제로 국내 자동화 항만 구축을 둘러싼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우선 자동화 도입 여부에 대한 정책적 판단 문제다. 자동화 항만의 생산성,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환적항인 부산항에 완전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여기에다 자동화 도입 시 필연적으로 감소하는 하역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큰 숙제다.

둘째는 자국 기업의 기술력으로 자동화 항만 구축이 가능하느냐는 문제다. 국내 중공업회사들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경기 호황기를 맞아 이에 치중하느라 장비사업은 외면했다. 그 사이 중국 정부와 업체는 항만 장비 및 자동화 설비에 꾸준히 공을 들였고, 결국 전 세계 항만시장의 70%를 ZPMC라는 중국 업체에 내주고 말았다.

하역장비뿐 아니라 이와 연계된 TOS(항만운영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역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선도기업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성급한 자동화 항만 도입은 자칫 외국 업체만 배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이번 현장시찰은 당초 항운노조와 국내 업체까지 총망라한 25명의 대규모 시찰단을 꾸렸다가 노조 측 불참으로 시찰단 규모가 축소되는 진통을 겪었다. ‘노·사·정·연·언’을 총망라해 균형잡힌 공론의 장을 만들려 했던 계획은 이 때문에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노조 측은 해수부가 일정과 참석자 명단을 출장이 임박할 때까지 알려주지 않았고, 뒤늦게 확인해보니 정부가 자동화 항만 도입 쪽으로 이미 결론을 내놓고, 짜맞추기식 공론화 과정을 하려 한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반면 해수부는 노조 측 주장을 도외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큰 인식의 간격만큼이나 앞으로의 공론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전자동화 항만의 허구와 실상을 정확히 분석하고, 부산항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노력은 그럼에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뒤 부산항과 부산지역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경제부 차장 freesu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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