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발의·공고한 개헌안이 결국 무위로 끝났다. 처리 시한인 어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야4당의 표결 불참에 따른 의결정족수(192명) 미달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투표에는 재적 의원 288명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112명 등 114명만 참여해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사실상 부결된 셈이다. 현행 헌법은 국회의 개헌안 의결을 ‘공고 후 6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어, 이번 개헌안이 다시 투표에 부쳐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야4당이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구하며 ‘표결 불참’을 예고해왔기 때문이다. 야당 측은 부결될 게 뻔한데 정부·여당이 개헌안 표결을 강행하는 것은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술책이라는 등의 표현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국회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개헌안 의결’ 의무를 저버린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나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개헌 추진의 불씨마저 꺼뜨려서는 결코 안 된다. 이번 개헌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30년 만에 맞은 절호의 기회다. 더욱이 자치·분권 개헌은 지방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 점에서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야4당도 그걸 명분으로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주장했으니 말이다. 아울러 대통령 개헌안에 다소 미흡했던 자치·분권 내용을 그 취지에 맞게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국회는 개헌 논의를 지속하되, 구체적인 로드맵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올 6월 지방선거와 개헌안 동시 투표에 강력 반대했던 한국당은 지난 4월 발표 때 ‘6월 여야 합의 개헌안 발의 및 9월 국민투표’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것이 동시 투표를 막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다면, 이제는 그 약속을 지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민주당도 개헌 추진이 힘들어졌다고만 할 게 아니라, 야당과의 협상 등으로 국회 단일 개헌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