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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대입 개편, 현장에 답이 있다 /이승렬

알맹이 빠진 공론화 주제, 생색용 뻔한 결론 예상

전면적 개혁 의지도 실종, 공감 상실 헛발질 불보듯…현장의 소리 새겨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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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역시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접하고 새 정부의 혁신적 대입개편에 대한 기대를 접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러려고 그 난리를 피웠나?” 싶다. ‘속 빈 강정’ 같은 공론화 주제를 내놓고 ‘초읽기’에까지 몰린 상황에서 아무리 갑론을박을 해 봤자 뻔한 결론밖에 나올 수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뻔한 결론이란 ‘수시-정시 비율의 미세 조정, 대입 제도 현행 틀 유지’이다. 애초에 교육부가 국민여론 수렴을 핑계로 ‘공’을 국가교육회의에 던지며 ‘핑퐁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예견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정작 학생들은 철저하게 관객으로만 남았다. 현장이 배제된 제도 개편 논의가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일단 그간의 과정부터 살펴보자.

교육부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유예하는 대신 논의를 대입제도의 전반적인 틀 개편으로 확대했다. 4차에 걸친 대입정책 포럼과 전문가 자문, 국민 의견 수렴이 실시되면서 교육부가 자체 개편안을 확정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4월 11일 대입제도 개편 주요 쟁점들을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했다. 주요 안건은 ‘학생부전형-수능전형 비율’ ‘선발시기(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식(절대평가 확대 여부)’ 등이다.

이에 따라 국가교육회의가 한 달 보름여 논의 끝에 3대 공론화 주제를 확정했다. ‘학생부 위주 수시전형과 수능위주 전형의 적정 비율’ ‘수능평가방법(절대평가 전환 또는 상대평가 유지)’ ‘수능 최저학력 기준 활용 여부’ 등이다. 반면 선발시기와 관련된 수시·정시 통합은 현행 체제를 유지토록 교육부에 권고하면서 공론화 안건에서 제외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달 하순까지 협의를 거쳐 몇 개의 개편 시나리오를 결정한다. 이어서 다음 달 성인 400명을 뽑아 시민참여단을 꾸리고 토론 등 숙의과정을 거쳐 의견을 모아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해 8월 초 최종 결과가 나온다.

거창하고 과정도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단순한 결론이 불 보듯 뻔하다. 수능 절대평가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정시 모집을 일부 늘리는 선에서 마무리 될 공산이 크다. 절대평가 백지화를 예상하는 이유는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주제로 이 문제를 남겨 뒀지만, 변별력을 위한 원점수 제공 방안 및 원점수제 도입은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수시와 정시 비율과 관련해서는 1997년 도입된 수시모집의 비중이 커지면서 10명 중 8명(2020년 정시 수능전형 비율 19.9% 계획)이 수시로 선발되는 쏠림 현상에 대한 비판 여론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세 조정이 예상될 뿐이다. 딱 여기까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느낌은 어떨까? 올해 대학 신입생인 필자의 첫째와 고교 1년생인 둘째 아이가 보인 공통된 반응은 놀랍다 못해 허망함을 갖게 한다. “산으로 가는 배, 배에 탄 건 우리들. 그러나 발목엔 쇠사슬,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노만 젓는 신세.” 그렇게까지 평가절하하는 이유를 물었다. ‘입시지옥’을 막 거친 첫째의 목소리가 크다.

“교실 현장을 모르는 것 같아요. 수시와 정시 비율 조정 논란만 남은 셈인데, 사실 학생들은 수시와 정시 둘 다 포기할 수 없거든요. 중요한 건 수능 때까지 고3 교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수시전형 일정이 시작되는 여름방학 무렵부터 무너져요. 수능 때까지 면접 및 자기소개서 준비와 1차 합격자 발표, 면접 등이 이어지면서 면학 분위기는 붕괴되고 선생님들도 손 쓸 수 없어요. 따라서 필요한 건 수시 정시 분리를 유지하더라도 수능 시험일을 9월 말이나 10월 초로 당기고 전형을 그 이후에 압축적으로 가져가는 것인데, 오히려 그 문제는 제외됐네요. 수시-정시 비율도 ‘6 대 4’가 적당한 것 같아요. 현재 20% 정도인 정시 비율은 너무 낮아서 고3이 재수생에 비해 크게 불리해요. 학종은 수도권과 지방 고교의 양적 질적 차이가 심해서 공정성이 부족해요. 그렇다고 수시를 너무 줄이면 학교 전인교육 의미가 퇴색할 것 같아요.”

반론은 있겠지만, 귀담아 들을 부분도 많다. 중요한 것은 현장인데, 그 주인공인 학생들은 늘 논의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다. 그러니 헛발질만 난무할 수밖에 없다. 말할 것도 없이 대입 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다. 그 속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미래를 향한 욕망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소중한 것은 개인의 욕망을 넘어 공공의 희망도 담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공정성’과 ‘변별력’뿐 아니라 기회의 평등까지 요구하는 미래 세대의 항변과 현장 목소리를 더 새겨들어야 한다. 그들은 “더는 우리를 탁구공 취급하지 마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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