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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일단, 웃고 나서 혁명 /나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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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05 19:00:4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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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상으로는 도쿄도에 속하지만 언어는 서일본 쪽에 가까운 센주시마. 에도시대에는 유형지였고 태평양 벨트 지대 죄인들도 이곳으로 보내졌던 까닭인지 어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2500명가량의 주민은 거칠고 단순하다.

이곳에 전쟁 같은 선거가 시작됐다. 현 면장인 ‘오쿠라’와 전 면장이었던 ‘야기’ 양 진영. 이들의 싸움은 선대부터 60년 동안 이어졌다. 주민들뿐 아니라 공무원들은 노골적으로 이들 중 어느 한 편을 지지하고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이런 형국이니 전쟁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들이 벌어진다.

이 선거판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는데 이곳 진료소에 2개월 동안 파견된 의사 ‘이라부’가 그 주인공이다. 어떻게 의사가 됐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보 같은 그는 속물 그 자체이지만 아버지의 사업인 노인요양 전문병원 덕분에 주민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의 환심을 산다. 오쿠라와 야기는 이제 이라부만 자기 진영에 끌어들이면 선거에 이긴다고 생각하고 사력을 다한다.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게 된 이라부는 오쿠라와 야기 측에 기상천외한 제안을 하며 승리하는 쪽에 자신이 합류하겠다고 약속한다. 이들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기꺼이 이라부의 제안을 수락한다. 이라부의 제안은 ‘장대 눕히기’.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면장 선거’ 내용이다. 투표율 95%를 자랑하는 센주시마의 전쟁 같은 선거판을 소설은 주민들의 축제로 읽어내지만 실소를 머금게 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선거판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내친김에 선거와 관련된 소설 하나 더! 이번에는 마을 이장 선거다. 계속 마을 이장 자리를 도맡아 온 ‘외메르’ 영감은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고민을 안기기 일쑤인 구제 불능의 인간이다. 그의 부패와 무능력을 이미 충분히 경험한 마을 사람들은 “우리 눈에 흙이 들어가도 외메르 영감은 뽑지 맙시다!” 밤낮 이 말만을 되뇌었다. 부모, 자식들, 배우자를 걸고 맹세에 맹세를 거듭하고 저녁에는 가가호호 방문을 하며 확인 작업까지 했다. 그 대신 마을 사람들 일에 최선을 다하며 누구의 말이든 경청할 줄 아는 인간적인 누리 씨를 당선시키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결국 누리 씨가 뽑혀 이 마을은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고장이 되었을까. 우리 삶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소설이 그리 쉽게 써지던가. 결국 외메르의 농간에 속아 마을 사람들은 다시 그를 뽑았다.

신문기자 출신 터키 작가 아지즈 네신의 소설집 ‘일단, 웃고 나서 혁명’에 실린 ‘우리는 외메르 영감을 뽑지 않겠다’라는 단편 내용이다. 위의 소설 내용이 먼 나라 터키만의 이야기인가. 부패와 무능력이 검증된 정치인에 대한 환멸,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구는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며 작품 속 내용이 우리네 삶에서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상황과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소설로 치부하고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전직 기자답게 정치와 인권 등에 관심이 많아 무게감 있는 소재와 주제로 작품을 즐겨 썼던 아지즈 네신은 권력자들의 위선, 부패, 횡포, 소외당하고 핍박받는 이들의 짓밟힌 설움, 결박된 자유를 작품 속에 담아냈는데 이러한 이유로 수없이 많은 재판과 유배 수감생활을 되풀이했다. 아지즈 네신은 지난한 자신의 삶에 개의치 않고 신문 보도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정치판의 현실을 작품으로 폭로했다.

6·13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남·북·미 정상회담 이슈로 여느 선거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선거전 양상을 연일 전하는 국제신문 기사를 접하면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실감 난다.

국제신문에서는 선거 특집 기사로 각 진영의 부산시장 후보들을 찾아 심층 취재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은 선거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그들의 하루를 전하는 데 그쳤다. 화살 같은 질문과 촌철살인의 붓을 휘둘러 정치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기사, 유권자들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혜안을 기를 수 있는 보도에 언제나 충실해 주기를 당부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나빠.” 투표율 95%를 자랑하는 센주시마 주민의 이 말은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이 명심할 이야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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