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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보수, 폭망하고 나면… /김경국

평화이슈 온나라 뒤덮어 선거 여당 압승 분위기, 견제 세력 없어질 지경…보수 늦기 전에 정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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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가 목전에 닥치면서 보수진영의 위기감이 급등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진보진영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 운동장은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급기야 보수 궤멸을 언급하는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불어민주당과 후보들의 기세가 무섭다. 더 정확히는 문재인 대통령과 평화이슈의 바람이 보수진영을 완전히 덮쳐버린 형국이다. 여기에다 지방선거 하루 전에 이뤄지는 북미 정상회담까지 가세했다.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릴 태세다. 심지어 경제이슈까지 사라졌다. 경제위기 경고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과시하는 데 급급하다. 심지어 최근 발표된 10대 경제지표 가운데 9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거시지표를 보면 국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낙관론을 내놓았다. 납득할 수 없는, 보고 싶은 통계수치만으로 최저임금 효과가 90%라고 청와대가 우겨도 그뿐이다. 여론은 요지부동이다.

댓글 조작세력이 허위의 여론을 생산했다가 발각된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의원이 관련된 정황이 드러났지만 현재까지의 여론은 ‘그래서?’라는 정도의 반응뿐이다. 드루킹과의 관계와 관련한 해명은 거듭 거짓말로 탄로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이다. 댓글 조작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여권 실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선거에 임하고 있다. 드루킹 수사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것이 보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여론은 보수진영의 주장을 외면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보수에 대한 여론의 신뢰 점수이기도 하다. 물론 특별검사 수사가 시작되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별로 밝혀질 일이 없을 수도 있고, 특검이 실패할 수도 있다. 어찌 되건 그건 지방선거가 끝난 후의 일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보수의 무덤이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각종 여론조사상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와 경북, 그리고 제주를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무소속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유한국당은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우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민주당 후보들이 맹추격 중이다. 보수 대안을 자처하는 바른미래당은 1위 후보가 없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선거까지 민주당 후보들이 압도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마찬가지다. 선거 1주일여를 앞두고 발표된 방송 3사 공동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낸 11곳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후보들은 어디에서도 1위에 들지 못했다. 한국당의 안방인 TK지역에서조차 무소속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발표됐다.

지방선거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건 헌정사상 최악의 야당 참패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물론 보수진영은 잘못된 여론조사라면서 펄쩍 뛰고 있다. 40% 안팎에 달하는 부동층도 변수이기는 하다. 또 여론조사가 크게 틀렸던 경우도 없지 않으니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엄청난 변수가 없다면, 일부 뒤집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여당의 압승으로 보는 것이 현시점에서의 합리적인 전망이다. 헌정사상 가장 극단적인 선거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하면 국회도 여소야대 지형 극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도권을 거머쥐게 된다. 중앙권력에 이어 국회와 지방권력까지 여당이 압도하면 견제세력이 없어진다. 견제 없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지만 선택 역시 국민의 몫이다.

야당, 특히 한국당은 이 같은 전망치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박근혜 탄핵 이후 한때 ‘폐족’을 자처했던 세력에게 정권을 내주고도 반성하지 않았다. 최소한 국민의 눈에는 반성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비전과 인물을 내세우는 데도 실패했다. 심지어 당 대표가 오히려 지지율을 깎아 먹는다는 원망이 쇄도했다. 급기야 홍준표 대표는 선거기간에 지원 유세를 포기하는 지경으로까지 몰렸다. 선거 판세가 이 모양인데 일부 중진의원은 벌써 지방선거 이후 당권을 겨냥한 행보를 보인다. 지지하려 해도 뭐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을 만도 하다.
이번 기회에 보수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망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어설프게(?) 망했다가는 어설프게 일어설 것이니 망하려면 폭삭 망하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게 보수의 미래를 볼 때 더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지금이라도 당 지도부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폭망하더라도 2년 뒤에 있을 2020 총선에서는 보수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치는 생물(生物)로 돌고 도는 것이니까.

서울본부장·정치부장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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