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정을 넘어 오늘 새벽까지 개표가 진행될 정도로 접전을 이뤘지만, 전체 결과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대 최대 압승으로 끝이 났다. 여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결과다. 정부 여당은 국정 운영에 날개를 달게 된 반면, 야권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최악의 참패를 당하면서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 교체는 물론 전면 쇄신의 도마에 올랐다.

이번 선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행진에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해빙 무드라는 초대형 이슈가 모든 변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해서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석권하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2곳을 거의 싹쓸이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부산 기초단체장 16곳에서도 민주당이 10곳 안팎을 차지했다.  이는 민심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 집권 여당에 힘을 몰아줬다는 걸 말해준다. 지방선거 투표율에서도 60.2%로 23년 만에 60%벽을 넘어서 그 의미가 더하다.

더욱이 한국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자 보수층이 두꺼운 동남권 3개 시·도의 단체장 자리를 모두 민주당이 독차지한 것은 엄청난 지각변동이고 현대 정치사적으로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지난 23년간 민주당은 부울경 시장·도지사 선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 대신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져 온 보수 정당이 부울경의 맹주로 군림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지방권력 교체의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한국당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대북한 이슈와 관련해 과거에 얽매이는, 과거에 갇혀 있는 듯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향이 크다. 남북 정상회담과 화해 기류, 북한의 전향적 자세 등을 ‘위장 평화쇼’로만 깎아내리고 정부 행보에도 계속 딴지를 걸었으니 민심을 얻기 어려웠다. 그렇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 드라이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일자리 문제 등 경제 실정을 공격했더라면 선거판도가 상당 부분 달라졌을지 모른다.

선거과정을 되짚어 보면 개탄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역 살림과 미래 비전을 좌우할 논쟁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지방선거의 본질인 자치·분권 이슈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남북 화해 이슈가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유도 있었지만, 후보 간 비방전과 네거티브 캠페인이 선거판을 흐린 탓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심지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특정 후보와 여배우 사이의 스캔들·사생활 논란이나 폭로 공방이 정책선거를 사실상  뒤덮어버렸다. 거기에다 막판 한국당 대변인의 지역 폄하 발언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후보 간 비방과 부동산투기 의혹 제기 등을 놓고 상호 고발 사태로까지 비화됐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고 해서 민심을 모두 얻은 양 자만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민주당이 잘 대처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반도 평화 기류 등의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한국당이 구시대적인 색깔론 공세를 펴고 평화 기류에 역행적인 모습을 보인 게 반사이익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문 정부의 경제 부문 운용에 실망스러운 점이 많지만, 개혁정책과 대북 평화 드라이브를 뒷받침하려는 뜻이 훨씬 더 강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와 촛불 항쟁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며 덕을 본 것도 한 요인으로 꼽을 만하다.

그 점에서 집권 여당은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야 한다. 압승에 도취하기보다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이는 게 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돼 아우성을 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지난 대선 공약 1호인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야당의 경제 실정 비판을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한반도 평화 이슈에 기대어 정국을 이끌어갈 수 없지 않은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는 권력교체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걸 집권 여당은 새삼 곱씹어 봐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정계개편이 필연적인데, 보수진영은 시대에 맞게 환골탈태해야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여야나 진보·보수의 힘이 한 쪽에 치우지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