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가 그려낸 사회에서는 신분증이 필요 없다. 얼굴이나 홍채 인식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집과 사무실의 출입문 잠금장치, 지하철 요금 지불도 이걸로 간단히 해결된다. 심지어 거리를 걷는 시민들의 개별 신원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전광판에 설치된 기기가 그 사람의 얼굴·홍채 정보를 읽어내는 까닭이다. 2054년의 미래 사회를 상상한 영화 내용이나,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 있다.

이 기술은 금융·보안·출입국관리·의료복지·검역 등 각 분야에 널리 적용되는 추세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가장 두드러진다.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서 시행되고 있다. 사람이 직접 하던 신분 확인을 안면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인증 시스템으로 대체한 것이다. 식당과 각종 매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셀프 주문기계 앞에서 음식을 고르면 얼굴이 1~2초 만에 인식되고, 다시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면 10초 만에 모든 결제가 끝이 난다.

안면인식 기술의 효과는 치안 부문에서 탁월하다. 미국이 2001년 9·11테러 피해 이후 CC(폐쇄회로)TV를 대거 설치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2017년 칭다오 맥주축제 때, 이 시스템으로 25명의 범죄자를 붙잡았다. 공안이 확보해 놨던 수백만 개의 안면 데이터 덕분이다. 남미 에콰도르는 중국의 이 같은 감시시스템을 수입해 범죄율을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스마트 패스’ 서비스를 시범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탑승권과 여권 제시 없이, 사전 등록된 안면인식 정보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2023년부터는 짐을 갖고 터널만 통과하면 보안검색이 자동 완료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다. 앞서 올 하반기부터는 집에서 택배회사를 통해 수하물을 공항으로 옮기는 ‘홈 체크인’을 운영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두 손이 자유로운 ‘핸즈프리 공항’인 셈이다.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세계 최정상권이고 올해 제2여객터미널까지 개장한 인천공항의 끝없는 진화가 부럽기만 하다.

그에 비하면 김해공항은 초라한 수준이다. 청사가 비좁아 이용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신공항은 여전히 24시간 운영과 안전·소음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의 공약 대로 가덕신공항이 되면 좀 나아질려나 모르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