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동네 명창 없다?! /박은경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18 18:40:12
  •  |  본지 3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미국 빌보드200 차트 1위를 차지했던 방탄소년단을 기억한다. 이후 이 아이돌 그룹은 해외 연속 차트인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K팝 스타로 등극하였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명성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주인공이었다. 이 그룹의 영광에는 멤버 개개인의 고통스러운 훈련은 물론이고 기획사의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뷔 5주년을 맞은 이들이 왜 국내에서 먼저 요란하지 않았을까.

동네에는 명창이 없다?! 우리 스스로 우리들 주변에 뛰어난 능력자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그 능력과 가능성을 낮춰보는 습성 때문만은 아닌가. 그래서 동네 명창이 우리 동네에는 없는 것이 아닌가. 우리 주변의 명창이 국내에서는 그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외에서 빛을 발하면서 국내로 그 인기가 역수입되는 경우가 적잖은 것 같다. 외국에서 먼저 알아줘야 새삼 국내 유명인 반열에 오르거나, 유명작품, 유명제품 반열에 오른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고대 중국에서 유명해져 역으로 국내에 알려진 사례 하나를 언급할까 한다. 바로 김지장(金地藏)으로 일컬었던 김교각이라는 인물에 대해서이다. 당나라나 인도로 건너간 구법승은 수십 명에 이른다.

신라의 구법승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적 승려를 뽑는다면 의상이나 혜초가 있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상당할 것이다. 김교각 역시 이들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존재에 대해 우리 고중세 기록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그는 중국 특정지역에서 신앙의 모태가 되어 국내에 역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중국에는 보살 신앙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도량이 있다. 보타산-관음도량, 오대산-문수도량, 아미산-보현도량, 그리고 구화산-지장도량이다. 이 4곳의 4대 보살신앙은 대승적 불교 차원에서 중생구제 신앙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중 보타산-관음, 오대산-문수, 아미산-보현도량 3곳은 대승 보살을 받드는 도량인 반면, 나머지 1곳인 구화산-지장도량은 실재 인물이었던 구법승 김지장의 응화사적을 기리는 차원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구화산은 중국 안휘성의 남쪽에 위치한다. 산세가 아름다우면서 웅장할 뿐만 아니라 겹겹이 싸인 산봉우리가 아홉이어서 구자산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구화산은 웅장한 산수계곡과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산이자 무수한 절이 둥지를 틀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그중 화성사(化城寺)는 김교각이 구화산에 최초로 세운 절로 알려져 있으며, 김교각 보살상을 봉안한 육신보전(肉身寶殿) 건물은 구화산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신라인 김교각의 등신불을 드디어 조우하는 순간인 것이다.

김지장은 신라 김씨 왕실의 왕자 김교각으로 알려져 있다. 20대에 중국에 건너가 구화산에 정착하게 된 그의 출신에 대해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그의 행적은 당대 비관경의 ‘구화산하성사기’, 찬녕의 ‘송고승전’, 명대 ‘신승전’, 명청대 ‘구화산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같은 기록과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김지장 연구가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김교각의 모습은 목이 솟아 골상이 기이하고 키가 7척이나 되며, 힘이 장사였다고 전한다. 출가하여 바다를 건너 마침내 구화산을 찾았다. 동굴 등지에서 수행하면서 고결한 생활을 하니 점차 그의 덕이 주변에 알려졌다고 한다. 신라인들이 김교각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바다를 건너 찾아가니, 그는 식량을 걱정하며 흙을 파니, 밀가루와 같았다고 전한다. 794년 99세에 가부좌 자세로 입적하니, 산이 울고 벼랑에서 돌이 떨어지며 종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3년이 지나도 함 속에 들어 있는 그의 모습은 생전과 같았다. 육신을 옮길 때는 금쇳소리가 났으며, 그를 모신 탑은 땅에서부터 빛이 발광하였다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지장보살이 이 세상에 나투신 것으로 여기며, 그를 김지장이라 불렀으며, 그의 육신은 구화산 육신보전에 모셨다. 드디어 구화산은 지장신앙의 성지가 되었으며, 결국 중국 4대 성지의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구화산은 김씨 성을 가진 신라인 구법승이 당나라 때 중국에 건너가 수행 생활로 승화된 도량이다. 고결한 그의 행적이 이국땅에서 성인으로 추앙받았으며, 지장도량의 인연을 마련한 것이다. 동네 명창 있다!

동아대학교 인문대학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11월의 노래
‘집권 2년 차’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사라진 가야문명의 귀환을 고대하며
통영에서 반드시 불어야 할 훈풍
기고 [전체보기]
세계인문학포럼, 부산이 이룬 작은 성공 /이지훈
고령자 이동권 확보, 면허 반납 지름길 /노유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울경 위원 없는 중도위 /김영록
이기주의가 낳은 슬럼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청산리 벽계수야, 저 바다에 가보자꾸나
생활 SOC: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나는 할 말이 없데이…’
‘미스터 션샤인’ 오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유치원 공공성 확보하라 /조민희
재정분권 2단계 엄정 대응을 /김태경
도청도설 [전체보기]
힐만과 로이스터
“나 누군 줄 아냐”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과 두 분의 시인
고요한 물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사설 [전체보기]
자치경찰제, 치안 사각지대 없도록 면밀한 준비를
여·야·정 협치 합의 첫 실무회동부터 삐걱대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수술대 오른 사회서비스(보육·교육·의료·요양) 공공성
아동수당 보편주의 원칙과 은수미 성남시장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나브로 다가온 한반도의 봄
시민 행복과 다복동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