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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법부의 신뢰 /조충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19 18:48:4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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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정확히는 대법원의 전 수장이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작성된 문서의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반성하지 않는 사람이나 조직은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사법부는 과거의 독재정권 시절에 정의에 반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한 것에 대하여 한 번도 공식적인 반성과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이는 그러한 행동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계속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고 그 연장 선상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오늘날의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법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뜻을 같이하는 여러 변호사가 철저한 조사와 문책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법원의 반성과 사과 등의 후속 조치가 없다면 또다시 이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대법원은 비록 이러한 문건들이 작성되기는 하였으나 재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이 말을 누가 곧이듣겠는가. 상식과 경험에 비추어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을 해야 하는 판사들이 오히려 상식과 경험에 어긋나는 변명을 그것도 최고법원의 고위직 법관이라는 사람들이 하고 있다. 재판의 결론을 가지고 맞는지, 틀렸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그 주변의 환경적인 요인들이 중요하다. 즉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받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그 재판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청와대와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하였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설사 그 말이 맞는다고 하여도 이런 상황이면 이미 재판과 사법부의 신뢰는 깨졌고 그 재판에 승복하기는 어려워진다. 판사가 재판에서 당사자에 대하여 엄격한 처벌을 하며 쓰는 말 중에 상식에도 맞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판결문에도 이를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들이 한 판결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준엄하게 꾸짖으며 엄벌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스스로는 상식에도 어긋나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미국 판사로부터 미국에는 판사가 재판 외에서 변호사를 만날 수는 있으나 일방 당사자의 변호사만을 만날 수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즉 상대방의 변호사까지 동석하여야 재판 외에서 변호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판결의 내용만을 가지고 공정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에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재판정 외에서나 판사실에서 변호사와의 만남에 대한 여러 제한을 두고 있는데 모두 재판의 공정성과 판결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마련한 원칙이다. 그럼에도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자신들이 일선 판사들에게 시행하도록 한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판사들은 현재 상황이 극히 일부의 구성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기에 사법부 구성원 전체가 비난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 말도 맞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을 그 시스템 내에서 아무도 저지하지 못하였다면 그러한 조직이 오히려 개인의 일탈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반드시 그 잘못을 드러내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제껏 그렇듯이 자신들의 잘못에는 눈감고 외부의 근거 있는 비판에는 사법권의 독립을 방패 삼아 듣지 않으려 하면 안 된다.

고대 이스라엘의 재판기구에는 ‘산헤드린’이라는 게 있었다고 한다. 이는 판관들이 만장일치로 정한 안건은 결정을 미루거나 무효처리하고 반대 의견이 있어야 판결이 유효한 것으로 하였다. 그 이유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건 다 그릇된 판단을 하거나 아무도 바른말을 하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고 여긴 것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재판에 오른 원세훈 사건에서 일부 증거가 증거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법관 13명 전원 찬성으로 파기환송하였다. 게다가 이후 대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3명 전원이 원세훈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공동명의 성명문까지 발표하였다.

과연 이 사건에 반대하거나 생각을 달리한 대법관이 없었을까. 그 재판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대법관들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은 무엇을 뜻할까. 사정이 이렇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의심이 든다는 자체가 이미 재판의 공정성은 사라지고 신뢰를 잃었다. 앞으로 이러한 모든 것을 극복한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기대해 본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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