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개넋두리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게 뭔고하니 개내기겠다/넋이야 넋이로구나 녹양심산에/넋일랑 넋관에 담고/세상에 못나온 망개가 놀고갈까.” 1910,20년대의 명창 박춘재(1883~1950)의 재담소리 ‘개넋두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재담소리는 식용으로 죽은 개의 영혼이 무당을 통해 손자 강아지에게 생전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주인에게 몸 바쳐 충성했는데, 어찌 자신을 잡아 먹을 수 있느냐는 원망이 절절하다. 무당이 망자의 넋을 자신의 몸에 받아 한탄하는 ‘진오기굿’을 모방한 ‘개진오기굿’인 셈이다.

   
“올개미 버쩍 쥐면 주석고리 귀뒤에 가 붙으니/금관자도 이품 가선대부 해서 돌아갔네.” 이 재담소리의 클라이막스는 올가미로 개의 목을 조이는 장면이다. 올가미가 당겨지면서 정이품 가선대부의 금관자 같은 모습이 된다. 끔찍하고 슬픈 내용이지만 공연장은 흥겹다. 소리꾼이 익살스럽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관객들은 연방 웃음을 터뜨린다. 가선대부를 닮았다는 대목에서 “사후 영광은 지냈어”라는 추임새가 더해지면서 공연장의 열기는 더욱 달아오른다.

모든 동물의 도살이 잔인하지만, 개 도살은 특히 그랬다. 육질이 연해지라고 나무에 매달아 패 죽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무자비한 폭력을 뜻하는 말로 ‘복날 개 패듯하다’고 했을까. 여름은 개에겐 수난의 계절이다. 개고기가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어서다. ‘며느리가 말미 받아 본집에 근친(近親) 갈 때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농가월령가’ 8월조에는 출가한 딸이 친정 어버이를 뵈러 갈 때 개고기를 장만해가는 얘기가 나온다.

앞으로는 개 식용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지난 20일 식용을 위한 개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동물학대 반대 여론이 높은 터라 통과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반려동물 식용반대 민원이 청와대에 1000건 넘게 들어왔다. 대북정책 관련 민원(703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지난 4월 개를 전기충격기로 죽인 개농장 주인에게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되는 등 법원도 여론에 동조하는 추세다.
개 식용의 역사는 길다. 앙소 용산 등 기원전 중국의 유적에서는 개 뼈와 돼지 뼈가 가장 많이 발굴됐다. 이젠 이런 역사적 사실도 과거의 데이터로만 남을 모양이다. 수천 년 쌓여온 ‘개넋두리’가 마침내 통하는 것일까.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