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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부산 여당의 과적 운항

의욕이 추진력 아니듯 서두름은 능력과 별개

‘오거돈호’의 4년 항해 멀리 찬찬히 가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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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지방선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부산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부산시장 선거는 진작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기초단체장 16곳 중 13곳에서 승리한 건 상상력 범위 밖이었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중앙정치 논리로 진행되는 소위 ‘공중전’이 잘 통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먹히는 인물과 조직의 힘이 당락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숨은 저력을 과시한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시의회다. 지역구 42석 가운데 38석을 차지했다. 애초 여당은 많아야 15석 정도 희망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도 했으면 하는 선이었다. ‘한쪽엔 횡재를, 다른 쪽엔 쓰나미를 안긴 6·13 대지진’이라고 하지만, 이런 변화를 가져온 결과만 놓고도 그들은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압승의 주역이자 산파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 자만과 도취를 경계하면서 자세부터 다잡았다. 지난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냉정한 판단과 속마음을 드러냈다. “우리가 받은 지지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고, 이는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다.”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승리가 비극적 추락의 시발점이 된다’는 인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의 긴장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긴장감을 여당 당선인 모두 한결같이 공유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부산만 해도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문맥은 겉도는 듯하다. 오거돈 시장 당선인과 시장직 인수위원회의 행보에 우려감을 갖는 여론이 적지 않다. 오 당선인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거의 매일 수백 억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계획들을 쏟아냈다. 지난 19일에는 김석준 시교육감과 교육협력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하면서 고교 무상급식 실시를 발표했다. 그 다음 날 ‘부산국제영화제(BIFF) 재도약을 위한 공동협약’을 맺고 ‘부산국제영화제 지원특별법’ 제정과 함께 1000억 원 규모의 ‘BIFF 1000’ 기금 조성도 약속했다. 불요불급한 건 아니나 그렇다고 부산이 안고 있는 절박한 현안도 아니다. 취임 후 지역문제 전체를 살핀 뒤, 우선 순위를 따져 차근차근 진행해도 얼마든지 될 일이다.

가덕도 신공항건은 벌써 지역갈등에 불을 지폈다. 대구·경북지역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경남도 논란이다. ‘법과 원칙보다는 정치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부적절하다’는 비교적 점잖은 지적부터 ‘오만함의 극치’ ‘지자체가 정부에 생떼를 쓰는 상황’이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도 난무한다. 이 사안은 타 지역 여론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재확인하는 기본입장과도 배치된다. 산적한 난관을 뚫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다음 달 2일 치르는 취임식도 입방아에 오른다. 과거와 다른 ‘의미 있는’ 취임식을 위해 특별한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한다. 이전 시장 때는 없던 취임준비단까지 구성해 단장을 2명 두었다. 호화판 행사를 염려하지는 않는다. 단지 취임식에 유난히 묵직한 의미를 두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취임식을 통해 분위기 전환과 새로운 활력의 메시지를 불어넣겠다는 선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부산은 위기의 도시다. 새 시장의 의미 있는 취임식이 하루하루 살기 팍팍한 대다수 시민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불안, 불안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아예 지지하지 않는 쪽은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는 법이다. 시장과 시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은 시의회의 몫인데, 여긴 더 걱정이다. 견제나 감시 기능은 당분간 접어 두자. 4년 전 시의회 당시 전체 재적의원 47명 중 45명이 새누리당 소속이었음을 감안하면, 형평에 어긋나고 미리 트집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민주당 시의원 당선인 중 38명이 초선이라는 건 사정이 다르다. 상임위원장뿐 아니라 의장단도 초선이 맡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부산의 집권 여당에 불안이 더해지는 이유다.

민주당 당선인들로선 시민의 기대가 무척 무거울 것이다. 여당 전체가 감당하기 벅찬 짐을 싣고 출항해야 하는 형국이다. 목적지는 멀고, 위기가 도사리는 항해다. 어쩌면 오 당선인은 과도한 짐을 스스로 떠안는다는 느낌도 든다. 기다린 시간이 많았던 만큼 의욕과 결의가 충만할 것이다. 부산시장 직책을 과대평가하는 건, 자기 역량을 과신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경륜이 때론 노회함으로 비치듯 의욕이 추진력보다 조급함으로 보이기도 한다. 소신이 때론 불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통이 포퓰리즘이 되기도 한다. 이 극단을 오락가락하지 않는 중도의 길은 문 대통령이 이미 당선인 지침 삼아 강조했다. ‘실력과 도덕성, 그리고 겸손’. 다음 주 출범하는 부산시 ‘오거돈호’를 비롯해 기초단체장, 지방의원들 모두 향후 4년의 운항에 성공하기 바란다. 그래야 부산도 산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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