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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근로시간 단축 이슈, 다각적 팩트체크 필요 /우동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26 19:09:1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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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과 탈조선. 한국은 지옥이라며 한국을 떠나겠다고 청년들이 외쳤던 단어다. 그런데 이젠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때문이다. 문을 연 지 1년이 된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말하고, 새로이 선출된 지방의 일꾼들도 비정규직 철폐를 말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사람을 뽑을 바에 일을 줄이겠다고 말한다.

청년세대의 담론으로 회자되던 헬조선과 탈조선이 이젠 기업의 담론으로도 언급되는 걸까. 하지만 떠나겠다는 말만 비슷할 뿐 그 내용과 결은 조금 다른 듯하다. 벗어나고 싶으나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자조적 발언과 한국의 상황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곳을 찾을 수 있다는 압박성 발언의 차이랄까.

최근 여러 아르바이트를 옮겨 다니고 있다. 시간대가 좋았던 영세사업장은 주휴수당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비교적 업무강도가 낮았던 일자리는 최저시급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 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들이밀며 누군가에겐 권리이자 누군가에겐 의무인 사항을 하나씩 말하는 순간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이 시작된다. 정책과 법규 그리고 건물주 앞에서 늘 을이었던 영세사업장은 모처럼 갑이 되는 알바생의 앞에서 예의 있는 태도와 현실의 한계를 도구 삼아 이곳만의 새로운 거래를 제안한다.

동시에 알바생이자 관찰자로서 갈수록 높아지는 임대료와 재료비로 버거워진 사업주의 삶을 짐작해보기도 한다. 이미 자신의 최저생계비 마련을 위해 창업 초부터 주 80시간 이상의 노동을 투입했던 사업주에게 워라밸은 그림의 떡이고, 창업을 부추길 땐 언제고 사업주에게 고용 창출과 적정임금을 압박하는 정책 앞에서 ‘사장이 원죄’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는 근로자가 300명은커녕 100인, 아니 20인, 아니 5인도 채 되지 않았던 영세사업장에서 노동자와 관찰자로 느끼고 보았던 이야기다. 지금은 200인 이상이 교대로 근무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근로계약서는 언제 작성하느냐는 내 물음이 나오기도 전, 첫 출근부터 총무과에서 수많은 서류를 가져왔고 휴식시간도 미리 정해 알려주었다. 하루 근무시간은 7시간이다. 20년부터 적용될 근무시간 조정도 완벽하진 않지만, 얼추 준비되어가는 것 같다. 누구는 변화될 일상을 기대하고 누구는 적어질 급여를 걱정한다. 기업주도 노동자도 준비할 여유와 감당할 체력이 넉넉하다.

이처럼 주 52시간 근무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그리고 노동자가 마주한 입장이 너무도 다르다. 누군가에겐 감당할 수 있고 기대가 되는 변화이지만 누군가에겐 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다. 어떤 기업은 여차하면 한국을 떠날 수 있지만 어떤 기업은 임대료와 대출로 이미 하루가 빠듯하다. 국제신문은 ‘주 52시간 근무 시대 카운트다운’ 시리즈를 통해 이미 부산 중견기업의 실태와 노동계의 이야기를 전달했지만,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뿐만 아니라 한 제도 안에 담긴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에도 주목한다면, 한 제도의 더욱 종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주 52시간 노동에 대한 찬성 측에선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필요를, 반대 측에선 기업의 생산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내세우는 시점에서 당사자들의 주장뿐 아니라 ‘적정노동 시간’의 맹점을 짚으며 퇴근 후 카톡 지시, 회식 문화 등 사내문화는 바뀌지 않은 채 하드웨어적인 근무시간만 바뀌는 것에 주목해 보는 것은 어땠을지 ‘기업의 생산성 부족’에 대한 우려의 허점을 짚으며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 보도가 이어졌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사회 구성원의 실질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여론과 압박만으로 정책을 몰아붙이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의 다각적인 접근을 통한 찬반논리의 허점과 팩트 체크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중요한 키가 되리라 생각한다. 헬조선과 탈조선이란 이슈 키워드로 청년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담지 못한 채 너무 쉽게 청년 문제를 소비했다. 주 52시간과 관련된 보도에선 ‘우려의 허점’을 짚고 ‘기대의 맹점’을 짚는 냉철한 보도가 이어지길 바란다.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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