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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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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7 19:10:5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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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끝자락에 있는 작은 반도가 거대한 중국의 그늘에서 수천 년 동안 국가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지형적 요인일 것이다. 한반도는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이면서도 티베트처럼 인간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험준하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골짜기마다 사람이 넘쳐난다. 이러한 나라가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나라이다. 한반도의 지형은 유럽의 스코틀랜드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스코틀랜드는 로마제국도 정복하지 못하였고 잉글랜드와도 독립적 관계를 유지하였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통합하게 된 것은 혈통을 중요시하는 유럽에서 동일한 인물이 양국의 국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민법(民法)상 혼동(混同)이 발생한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의 지리적 요인이다. 중국의 한(漢)족 제국은 만주를 실효적으로 지배한 적이 없었다. 만주를 지배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반도를 지배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셋째는 한민족의 강인한 저항정신과 역사적 행운 때문이었다. 역대 중국의 한족왕조는 한반도를 지배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고구려의 저항으로 실패했다. 고구려 멸망 후 안동도호부를 두어 한반도 지배를 기도하였으나 신라의 반격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이후 중국 한족의 왕조는 약체였고 변방민족이 세운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는 우리와 뿌리가 같은 민족이었기 때문에 왕조를 유지시켜 주었다. 금나라의 태조 아골타의 증조부가 고려인이었고 칭기즈칸의 선조이며 모든 몽골인의 어머니 알란코아가 고려족이었다고 한다. 청나라(후금)는 금나라를 계승한 나라였다.

8·15해방 후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함으로써 한반도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격랑에 휩싸이게 되었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젊은이 4만 명이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의 국민을 위하여 피를 흘렸다.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것은 일본을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국전쟁종전 후 한국과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미군이 한반도 남쪽에 주둔하고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 된 것이다. 이후에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시도하였는데 닉슨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카터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함으로써 이 시도는 무산된 것이다.

경술국치를 수인한 미국과 일본의 태프트 가쓰라 협약, 해방 후 한반도를 미국 방위선에서 제외한 애치슨라인을 보면 미국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급격한 부상, 소련의 몰락, 경제 강국 일본의 군국주의화 우려 등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반도는 중국 본토와 일본열도를 겨누는 양날의 칼이다. 일본이 대륙진출을 하려면 한반도를 거치지 않을 수 없으며 한반도에 일본에 적대적인 국가가 수립되면 일본의 안보가 위험해진다. 중국의 경우 산업과 인구의 밀집지인 황해 연안의 도시를 한반도가 지척에서 겨냥하게 된다.

한반도에 중국에 적대적인 통일국가가 수립되면 원래 만주족의 땅이었던 만주의 정세가 불안해진다. 동해로의 출구가 막혀있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의 항구가 필수적이다. 중국이 나진항을 임대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적, 안보적으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입술과 이빨의 관계라고 표현한다.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고 패권국의 야심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은 ‘견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앞으로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면 장기적으로 일본과 대만도 중국의 영향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서태평양에서 미국은 후퇴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일본이 재무장하여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대결 구도로 갈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성이 더 높은 변수이며 한반도에는 최악의 변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존재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불안한 평화를 60년간 유지하였다.

‘초대받은 제국’을 자부하는 미국은 주둔국이 싫어하면 굳이 머물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미군 철수 주장은 5000만 국민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주장이다. 1%의 전쟁 가능성 때문에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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