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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손바닥보다 가벼운 돔구장 /이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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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7 19: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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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도 이런 헛발질이 없다. 부산 사직야구장 재건축 이야기다. 돔구장이 ‘세계적 추세’라던 부산시가 하루아침에 개방형 야구장 신축으로 선회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의 ‘눈치’를 본 것이다. 앞서 9개월 넘게 진행된 공론화 결과물은 쓰레기통에 갈 처지다. 부산시가 공론화를 ‘통과 의례’로 생각했다는 의심도 든다. ‘돔 공약’이 서병수 시장의 재선에 유리하다고 미리 결론 짓고서 말이다.

사직야구장 재건축 논의가 뜨거워진 건 지난해 9월이다. 부산시는 동서대에 중장기 마스터플랜 용역을 의뢰했다. 두 차례 전문가 자문회의와 공청회가 열었다.

첫째 쟁점은 외관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건축비만 3500억 원이 넘는 돔보다 개방형(1800억 원대)이 우리나라에 더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부산시의회와 시민단체는 돔구장 관리비(연간 80억 원)가 개방형(40억 원)보다 두 배 많아 자칫 프로야구 입장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부산시는 “민간자본 2200억 원을 유치하면 돔구장 건설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 “돔구장은 소음 피해가 없다” “대규모 콘서트 개최가 가능해 수익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던 이유다.

두 번째 쟁점은 입지. 몇몇 자문위원은 “5만 ㎡ 이상의 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사직야구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신축하자”고 했다. 원도심 부활을 위해 북항에 건설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문제는 정부 소유인 북항의 땅값이었다. 토지를 매입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다. 결국 ‘사직 개방형 구장’으로 대체적인 의견이 모였다.

마스터플랜 용역보고서 발표 시기를 6·13지방선거 뒤로 미루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6·13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이 바뀌면 사직야구장 재건축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8일 서병수 시장은 ‘개폐형 돔구장’을 짓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입지는 사직동과 구덕운동장·동부산관광단지(기장)·제2벡스코(강서) 예정지를 우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론화 의견과는 다른 1차 반전이었다.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시민단체가 비판 성명을 낸 이유다.

지난 22일 또 반전이 생겼다. 부산시는 오거돈 부산시장직 인수위원회에 “북항에 개방형 야구장을 짓겠다”고 보고했다. 두 달 새 돔이 개방형으로 다시 바뀌었다. 누구도 ‘왜 북항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시민사회의 여론 수렴도 없었다. 모든 게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게 뒤집어졌다.

지난 25일 3차 반전이 일어났다. 오 당선인이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직 돔구장 대신 북항에 개방형 구장을 짓는 건 정해진 게 아니다. 부산시가 인수위원회에 그렇게 보고했을 뿐이다. 시민의 뜻을 물어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부산 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의 말을 들어보자. “사직야구장 재건축 담당 고위 공무원을 사석에서 만났다. 오 당선인의 인터뷰에 대해 적잖게 당황한 눈치였다. 돔구장은 현재 권력의 입맛에, ‘북항 개방형’은 차기 권력의 입맛에 맞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것 같았다.”

개방형보다 돔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한없이 가벼운 정책 결정 과정을 비판하는 것이다. 행정 행위의 제1원칙은 ‘신뢰’다. 행정청이 한 말과 행동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신뢰보호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상 원칙”으로 천명한다. ‘특별한 사유’란 행정처분에 적법성 문제가 발견된 경우뿐이다.
오 당선인이 취임하면 공직사회는 더 눈치를 볼 것이다. 부산시민과 약속했던 수많은 정책을 오 당선인의 코드에 맞게 변형하거나 폐기하는 ‘악마의 디테일’도 시전할 것이다.

오 당선인의 ‘당선’을 가능케 한 촛불은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저항이었다. 촛불정신 가운데 하나는 ‘상식의 복원’이었다. 권력 눈치만 보는 공직사회의 관행은 상식이 아니다. 청산해야 할 적폐다. “영혼 없는 공직자, 오 당선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이훈전 처장).”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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