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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북한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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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홍콩 엑셀시오 호텔에서 열린 ‘인터아시아 옥션’에 나온 북한 우편엽서 한 장이 5만7000홍콩달러(776만 원)에 낙찰됐다. 국제경매시장에서 거래된 북한 우편엽서로는 사상 최고가였다. 그런데 정확히 말해서 이 우편엽서는 북한 제품은 아니다. 1946년 남한 체신부가 만들어 창고에 쌓아둔 ‘해방조선’ 엽서에 6·25전쟁 때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이 개정도장을 찍어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엽서에는 태극기를 든 가족을 담은 우표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인민군 20원’이란 붉은색 개정도장과 우송날짜(1950년 8월 28일)가 찍혔다. 발송지는 서울 돈암동, 수신지는 함경남도 영흥이었다.

북한에서 처음으로 우표가 발행된 건 1946년 3월 12일이다. 무궁화만 그려넣은 단순한 도안인데, 적색과 녹색 두 종류다. 값은 20전. 같은 날 발행된 두 번째 우표는 금강산 삼선암을 도안으로 삼았다. 보라색과 주황색 두 종류로, 값은 50전. 세 번째 우표는 1946년 8월 15일 해방 1주년을 기념해 발행됐는데, 김일성이 주인공이다. 김일성은 그 무렵 이미 정권을 장악한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표에 태극기가 사용됐다. 인공기로 바뀐 건 북한 정부 수립일인 1948년 9월 9일 이후다.

북한은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성장과정과 결혼식을 소재로 한 이색적인 우표도 발행했다. 세계 우표수집가들을 겨냥한 외화벌이용 우표로, 북한 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북한에서 이런 대외용 우표가 나온 건 1980년대 초부터. 풍산개를 비롯한 명산물우표, 뉴턴이나 천체가 들어간 과학우표 등 대외용 우표는 종류가 다양하다. 남한에는 1990년 8월 1일 남북교류협력법이 시행되면서 북한우표가 수입되기 시작했다.

‘반미(反美) 우표’도 있다. 매년 6월 25일 ‘반미 투쟁의 날’에 발행해왔다. 올해도 4종을 만들었으나 시판은 하지 않았다. 북미 회담 중에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처로 보인다. 일부가 인터넷에 유출됐는데, 한복을 입은 여성이 성조기를 찢는 등 도안마다 적개심이 가득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다음 주 북한을 방문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이 본격화될 모양이다. 머잖아 북한 대외용 우표에 미국 위인이나 명소, 역사 등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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