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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태국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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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5일, 칠레 산호세의 구리광산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약 70만t의 암석과 토사가 갱도를 뒤덮었고, 광부 33명이 지하 700m에 위치한 50㎡가량의 임시대피소에 갇혔다. 식량은 물 20ℓ, 우유 16ℓ, 참치 통조림 20개 등 10명이 이틀간 먹을 수 있는 분량뿐이었다. 대피소는 섭씨 32도의 고온에다 95%의 고습 상태여서 광부들의 몸에 곰팡이가 필 정도였다. 전문가들이 본 광부들의 생존 확률은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조건을 딛고 광부들은 69일 만에 전원 살아서 돌아왔다. ‘산호세의 기적’이다.

기적을 낳은 건 ‘사람에 대한 신뢰’였다. 매몰 17일 만에 광부들의 생존 사실을 확인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당시 칠레 대통령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며 제안된 모든 구조 방법을 동원했다. 광부들도 대통령을 믿고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의 지휘 하에 각자 역할을 분담해 생존을 도모했다. 수로와 조명장치를 만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모아 기도를 드리는 이도 생겼다. 기록 유머 의학 등 각자 재능을 발휘해 일익을 담당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에 대한 보호자가 되었다.

‘내 심장을 위해서는 네 가슴으로 충분하다/그리고 네 자유를 위해서는 내 날개면 되고/네 영혼 위에서 잠들어 있던 것이/내 입에서 나와 하늘로 솟아오를 것이다’.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 ‘네 가슴으로 충분하다’의 일부다. 광부들은 네루다의 시를 외우며 고난의 시간을 견뎠다고 한다. 그들에게 사람은 희망이었던 셈이다. 생존자 세풀베다는 이를 “우리는 장점을 키워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서도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이곳 역시 희망은 사람이다. 폭우로 침수된 동굴에 갇힌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13명을 구하기 위해 태국인과 외국인 잠수대원 90명이 뛰어들었다. 구조 도중 태국인 1명이 산소 부족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발생했다. 그런 헌신과 희생이 마침내 기적을 일궈냈다. 조난된 지 15일 만인 지난 8일 1차로 4명이 구조된 것이다. 구조대원 2명이 조난자 1명씩 맡아 로프로 서로 연결해 1.7㎞에 달하는 침수구간을 빠져나왔다. 구조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인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 나날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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