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설가 애드가 앨런 포우가 ‘모르가 거리의 살인사건’을 발표한 때는 1841년이다. 책에는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탐정이 등장한다. 세상과 인연을 거의 끊은 채 파리의 고택에서 혼자 사는 뒤팽은 밀폐된 방에서 발생한 모녀 살해사건의 범인을 특유의 추리력을 이용해 밝혀낸다. 문학계에서는 모르가 거리의 살인사건을 전 세계 추리소설의 교본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뒤팽도 가상탐정의 원조라는 칭호를 얻었다.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탐정은 사람의 시선을 확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남들이 볼 때는 괴팍한 성격을 지녔지만 날카로운 감각과 직관력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듯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나 관객들은 그래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소설과 현실은 판이하겠으나 외국에서 탐정은 비교적 소득이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보면 탐정의 평균 연봉은 2016년 기준 6만1600달러(한화 6800여만 원)였다. 그 대신 자격은 엄격하다. 미국의 대다수 주는 사법 관련 학위를 받았거나 다년간 수사경력이 있는 사람만이 탐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제를 운영한다. 영국은 정부가 인정한 기구에서 교육과정을 마쳐야 탐정자격 시험 응시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탐정 활동 자체가 불법이다. 법률은 탐정업을 금지할 뿐 아니라 탐정이라는 용어도 공식적으로 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탐정업을 허용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탐정 합법화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전직 경찰관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탐정업이 개인의 사생활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관련업 종사자 처지에서는 억울하다고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몰래카메라 등을 이용한 각종 불법 사생활 침해 사례가 요즘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헌재의 결정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사생활권 보장은 인간이 가진 천부의 권리가 아니던가.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