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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칼럼] 작지만 매력 많은 동네책방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2 19:17:1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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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대전의 한 독립서점에서 시와 관련한 강연을 했다. 독립서점은 주인이 직접 큐레이션한 책을 판매하는 작은 규모의 서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인이 손님과 소통하는 분위기가 많다. 그리고 골목에 들어서는 동네책방인 경우가 많다. 독립서점에서의 강연은 토요일 오후 시간이었지만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 그 독립서점은 책과 술과 커피를 함께 팔고 있었다. 책방 겸 술집이었다.
책방에 진열된 책들을 보니까 서점 주인이 추천하는 책, 명사들이 추천하는 책, 이 여름에 읽을 만한 책, 독립출판의 책 등 분류와 비치의 방식이 일반 대형서점과는 조금 달랐다. 벽면에 스크린을 설치해서 매주 한 편 영화를 상영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서점에서는 연말까지 매달 한 차례 작가와의 만남과 음악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의 세력에 밀려 동네책방이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근년에 동네책방이 조금씩 다시 생겨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알려진 바로는 2017년 우리나라 독립서점은 277곳이고, 독립서점들의 상당수는 책뿐만 아니라 수익을 위해 커피나 주류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독립서점의 2년 내 폐업률은 7.2%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이나 동화만을 다루는 책방이 있고, 기부받은 책만을 파는 책방도 있다. 개인이 내용과 디자인을 결정해 출판하는 새로운 지식문화 운동인 독립출판의 서적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책방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서점과 북스테이를 결합한 아트하우스 개념이 생겨나기도 했다. 동네책방에서 독서 모임을 갖고, 또 아주 가끔은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북콘서트도 연다. 문화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책방주인의 취향에 따라 책방에 놓아두게 되는 책의 종류와 분위기가 달라서 지역의 명소로 관심과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어쨌든 문화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고, 책을 사고파는 곳 이상을 넘어서서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토론하고 공통의 취향을 공유하는 장소로 동네책방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2018 책의해’를 맞아 지난달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밤에 동네책방들이 ‘심야책방’ 행사를 갖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지난달에는 전국의 주요 도시에 있는 동네책방 77곳이 참여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읽다 포기한 책을 남에게 읽히기, 책방 주인과 손님의 팔씨름 대회, 심야의 원고 청탁, 작가와 고등어구이 막걸리 파티 등이 열렸다. 대체로 서점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 밤 9시 전후이지만, ‘심야책방’ 행사가 열리는 이날만큼은 자정을 넘어서까지 영업을 한다.

심야영업 행사를 열면서까지 독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높이려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단적으로 통계청이 2016년에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 보고서를 참조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단 6분에 불과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은 지난해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성인의 독서율은 59.9%로 2년 전보다 5.4%포인트 줄었고, 이 독서율은 1994년 독서 실태조사를 시행한 이후 사상 최저치였다. 평소에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휴대전화 이용이나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그러나 책이 우리들 삶의 나침반 같은 것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어디를 가든지 꼭 몸에 지니고 다닌 두 권의 책이 있었는데, 한 권은 성경이었고, 다른 한 권은 덴마크 작가 옌스 페터 야콥슨의 책이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불자가 여전히 존경하는 법정 스님은 ‘파우스트’에서 읽었던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그리고 산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라는 구절을 늘 기억하며 수행했다.

동네책방이 많이 들어서고, 북카페도 늘었지만, 책 읽기가 일상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지는 못한 형편이어서 아쉽기만 하다. 최근에 동네책방 ‘풀무질’의 주인 은종복 씨가 쓴 글을 읽었다. 은 씨는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인문사회과학 책방을 1985년 여름에 문을 열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완전도서정가제를 20년 전부터 해 오고 있고, 책방을 새로 열려고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10억 원을 빌려주되 10년 거치 10년 상환, 무이자로 빌려준다며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동네책방을 살리기 위해선 세 가지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주민센터만큼 많아져야 하고, 동네에 있는 초중고대학과 관공서 도서관이 그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야 하고, 완전도서정가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공공도서관과 동네책방, 그리고 시민을 연결하는 책 생태계 운동을 잘 펼치고 있는 지역이 있다. 충청북도 지역의 문인들과 시민단체, 작은 도서관 등이 참여하는 동네책방 살리기 운동 ‘상생 충북’이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 나도 지난해에 ‘상생 충북’ 1주년 행사에 참가해서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상생 충북’을 통해 청주 시내 동네책방들에는 지역 출판 작가의 책을 전시 판매하는 코너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마련했고, 시립도서관 등 지역 도서관들이 책을 살 때 동네책방을 이용했다. 지역의 영세한 출판사와 작가, 도서관, 동네책방이 함께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나는 언젠가 세계적인 작가가 인터뷰한 내용을 읽었는데 그의 마지막 꿈은 동네책방이나 작은 도서관에서 동네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고, 글쓰기를 지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자라나는 동네의 개구쟁이들과 함께 시를 큰소리로 읽고, 생각을 솔직하게 주고받고, 시를 멋지게 짓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네책방을 찾아가서 동네책방이 살아야 한다. 힘내라, 동네책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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