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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되려면 /구시영

오거돈 시장 핵심 공약…실현 위한 우선 과제는 부산 교통체계 대수술, 생태적 주거환경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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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찰스 몽고메리의 저서 중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라는 게 있다. 2013년 출간된 것으로 원제는 ‘Happy City(행복 도시)’. 그는 이 책에서 “도시는 부(富)를 창출하는 엔진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고, 인간 행복을 증진하는 사회 시스템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도시 행복처방전’을 내놨다. 철학, 심리학, 두뇌과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 학자들의 통찰에서 그가 도출한 거라고 덧붙였다.

그의 행복처방전은 도시가 식량·주거·안전이란 기초적 생존요건을 갖춘 다음에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골자는 이렇다.

‘도시는 시민의 기쁨을 최대화하고 곤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 형태와 시스템을 부단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대로 삶을 개척하고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참된 자유를 제공해야 한다. 경제적 충격이나 환경적 충격에서 곧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공정한 방식으로 공간, 서비스 등을 배분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는 모든 사람이 친구, 가족, 낯선 사람과 인생에 의미가 있는 유대를 맺고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다’.

몽고메리의 교과서적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내세운 시민행복 도시와 관련이 있어서다. 오 시장의 선거공약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시민이 행복한 도시’다. 그는 지난달 시장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 자리에서 “시민이 행복하지 않은 도시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단언하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시민이 행복한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시민행복이 곧 오거돈 시정(市政)의 최대 가치이자 과제라는 뜻으로 읽힌다.

오 시장은 그 일환으로 시민행복지수 및 행복영향평가제 도입을 5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양적 성장 중심에서 시민행복 중심으로 시정을 전환하고, 공무원 성과 평가에 시민행복지표를 적극 반영한다는 게 요지다. 내년에 5억 원의 용역비로 행복지수를 개발하고 성과지표 개선에 나선다는 방안도 명시해 놨으니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부산시 조직에 시민행복추진본부(청년정책·시민참여·사회통합 담당 3개 파트)를 시장 직속으로 신설하는 개편안까지 확정지은 상태다. 어쩌면 뜬구름 잡는 듯한 소리일지 모르나, 그 방향은 바람직한 걸로 평가할 만하다.

사실 행복도시 운동은 서구 사회에서 몇 세기 전부터 나타났다. 도시 건축·디자인을 꾸준히 개선해 시민행복을 증진하려는 움직임이다. 북미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도시가 시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행복도시 추진은 거대한 트렌드가 되었다. 몽고메리의 행복처방전과 같이 도시 형태와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을 어느 정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건 괜한 얘기가 아니다. 물론 행복 기준은 개인과 지역에 따라 다르고 수치·계량화하기도 어려울 터다. 하지만 오랜 연구와 통계 분석에 근거하면 대다수 지역의 대다수 주민이 갖는 행복 성향은 거의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오 시장과 부산시의 우선적 과제는 도시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생태환경도시를 조성하는 일이다. 그게 전부는 아닐지라도 편리한 이동과 쾌적한 주거생활 환경은 시민행복의 핵심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시민들은 대중교통과 자전거·보행 같은 친환경적 수단으로 주거·상업지역을 마음놓고 오갈 수 있을 때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승용차로 꽉 막힌 도로의 교통지옥에서 시민들이 행복할 리 만무하다. 자동차·도로 위주로 건설돼 거리가 삭막한 도시도 마찬가지다. 또 세계 생태도시의 표본인 독일 프라이부르크가 보여주듯 시민행복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생태환경이 중요한 척도다. 친환경적 정주 여건을 만드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고 시민행복을 뒷받침한다.

이들 잣대로 보자면 부산시는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그간 녹색교통도시를 표방했으나 그걸 실감하는 시민은 적을 듯싶다. 말로는 사람 위주의 도로교통정책을 편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유엔(UN)의 세계 행복지수 순위에서 늘 10위권에 드는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 도시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보행·주거환경이란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풍요만이 행복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실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 시장이 말하는 시민행복도 아직은 추상적인 슬로건으로 느껴진다. 그의 취임사에서도 시민행복과 관련해 복지 확충이나 사회안전망 정비, 맞춤형 보육, 일자리 창출, 문화예술 지원 같은 기존 정책들을 언급했을 뿐 획기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오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시민행복 도시를 추진해 나갈지 모르겠지만, 몽고메리의 처방전을 참고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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