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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당 근로 시간이 52시간이라고요? /이두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5 19:29:5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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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근로 시간이 52시간이라고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근로 시간이 줄어 걱정스럽다는 토로에 폴 크루그먼이 그렇게 많냐고 놀라면서 했던 말이다. 전경련이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라는 토론회의 특별 연사로 폴 크루그먼을 초청한 자리였다. 비록 양자의 시각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기업 이해 집단인 전경련이 양극화 해법에 관심을 갖고 진보 좌파 경제학자를 초청해 경청하는 장면이 반갑다.

좋은 기업의 평판은 시대와 호흡한다. 개발경제시대에는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었다. 밀레니엄 초반에는 전자, 철강, 자동차, 조선 같이 세계와 당당히 겨루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고용안정을 이루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좋은 기업인 듯하다. 지속가능을 평가하는 지표에는 환경과 도덕까지 포함된다.

재무측면에서 바라본 좋은 기업은 그 근간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 맞춘다. 주주 이익을 높일 방법은 결국 이익 창출의 확장과 지속성인데 여기에는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환경, 고용, 도덕이 낄 자리가 좁다. 현대 기업들은 이익 극대화를 위하여 하청, 아웃소싱, 프랜차이즈, 비정규직이라는 방법을 적극 사용한다. 업무를 위임한 선두기업 입장에서는 자본비용을 낮출 수 있고 정부 규제를 피하며 복리후생비를 절감하는 장점을 갖지만 선두기업의 이점은 업무를 위임받은 하위기업에서 고스란히 열악함으로 드러난다. 위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하위기업들은 죽기 살기로 제 살 깎기 경쟁에 내몰린다. 이들은 언제든 잘려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며 아무리 노력해도 저임금 체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운전기사, 공장 경비와 청소원 등은 예전에는 기업에 소속된 정규직이었다. 현대 기업들은 이들 업무를 가장 낮은 비용으로 응찰하는 외부에 맡긴다. 외부에 맡김으로써 기업은 연금, 산재보험, 건강보험, 복리후생 등 각종 법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매년 급여인상률을 놓고 실랑이하거나 상여금을 줄 의무에서 벗어난다. 단순 노무직에서 시작된 아웃소싱은 콜센터, 인사, 회계 등 전문직까지 확대되었고 생산분야에서는 하청과 비정규직 등으로 급속히 퍼졌다. 오늘날에는 아파트 경비, 대리운전, 배달업무 등 저임금산업에까지 속속 진출해 균열일터는 소득불균형을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노동 경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와일에 따르면 1979년 이후 30년간 기업 생산성은 80%가 증가한 데 비해 평균 시급은 7% 증가에 그쳤다고 했다. 하위업체의 임금 억제가 상위업체 임금수준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발생한 차익은 지대와 같은 성격을 띠며 대주주와 스타 경영자에게 돌아갔다. 대주주와 경영자가 같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균열일터에서 발생한 차익을 주주로서 나눠 받고 경영자로서 또 보상받는 이중소득구조를 가진다.

균열일터가 존재하면 일자리를 늘린다고 소득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늘면 늘수록 소득 상위계층의 부는 더욱 늘어난다. 플랫폼 경제로 불리는 인터넷 산업에서 승자독식 모습은 더욱 선명하다. 정보조회 서비스는 세계는 구글이, 국내는 네이버와 다음이 지배하고, 시스템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세계를 양분했다. 이들 기업이 거느린 수많은 하청기업과 아웃소싱 업체들의 희생으로 기업가치가 늘었고 늘어난 기업가치는 대주주와 경영자에게 더 많이 돌아갔다.

가진 것 없었던 1960년대 시절에는 ‘잘살아 보자’는 일념으로 정부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면서 경제부흥을 이끌었다. 이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함께 주인공인 기업, 기업인들 덕이다. 당시 1세대 기업인들은 경제발전이라는 경기에 나선 국가대표로서 투철한 사명감으로 밤낮으로 뛰었고 그 결과 국내경제를 대표하는 재벌로 자랐다.

그러나 정부 지원과 혜택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재벌들의 민낯은 더러 당혹스럽다. 시대가 요구하는 사항은 바뀌었어도 경영방식은 그대로다. 성장 우선 정책의 그늘을 바로잡자는 게 오늘날 시대정신이지만 일부 기업인은 성장 우선의 혜택이 줄어든 것에 방점을 두는 듯하다. 균열일터로 발생한 이익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 것인가 기업인과 정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성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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