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지금 ‘복지국가 뉴딜’이 필요하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9 19:01:03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작년 9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가진 대담에서 한국은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하고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들킨 것 같아 창피하고 민망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그녀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집단자살 사회’라는 짧은 말로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본질적 차원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대단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최근 20년 동안 대한민국은 자살률이 2~3배나 높아졌고 출산율은 세계 최악의 초저출산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니 확실히 ‘집단자살 사회’가 맞다.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국민이 불행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게 국민이 불행한 나라가 맞다. 매년 실시되는 OECD의 ‘국민 행복도 조사’에선 거의 언제나 30등 전후로 최하위권을 맴돌고, 유엔의 2018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선 57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불행할까?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절대적 빈곤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그런데도 왜 갈수록 더 불행해지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온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 사회적 공론화도 충분히 이루어졌다. 바로 상대적 빈곤과 격차 사회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산 격차는 미국과 함께 세계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소득 격차는 이미 미국을 앞질렀기 때문에 주요 국가 중 가장 심각하다. 해가 갈수록 상위와 하위 소득계층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 이런 극심한 불평등은 사회적 갈등과 불안의 요인일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경제성장도 어렵게 한다. 또 수저계급론은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의 본질이다. 청년들의 의지나 노력과 무관하게 부모가 누구인가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고 행복과 불행이 결판난다. 게다가 각자도생의 생존 경쟁은 지나치게 치열하고 시장은 불공정하다. 정의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수많은 청년이 좌절하고 진취적 도전을 포기한다.

좌절하고 불행한 청년들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로 전락했다. 이게 바로 라가르드 총재가 말한 ‘집단자살’이다. 그렇다고 모든 청년이 ‘3포 세대’에 속한 건 아니다. 흙수저에 가까운 중하층 청년들이 주로 ‘3포 세대’를 형성한다. 이는 실증적 자료로 뒷받침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16년 펴낸 ‘저출산과 청년 일자리’ 보고서에 청년들의 ‘유전결혼 무전미혼’ 경향이 잘 드러난다. 2016년 3월 기준으로 20·30대 남성 노동자 중 기혼자의 비율은 임금 상위 10%에선 82.5%인 반면 하위 10%에선 6.9%에 불과했다. 또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3분의 1 구간에 속한 분만 인원은 18만3227명으로 전체의 43.95%인데 비해 소득 하위 3분의 1 구간은 6만3282명으로 15.2%에 불과했다. 이는 수저계급과 소득계층에 따른 대규모의 ‘선별적 집단자살’인데, 격차 사회의 이런 자화상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하고 분노케 한다.
경제와 산업의 양극화, 소득의 불평등, 시장과 경쟁의 불공정, 그리고 이로 인한 심각한 격차 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갈수록 심화됐다. 이는 정치 사회적으로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특히 지난 대선 이전의 촛불혁명을 통해 불공정한 격차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 드러난 문제에 대한 땜질식 처방으로는 격차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고칠 수 없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다. 패러다임 전환의 큰 개혁이 요구됐고, 결국 촛불혁명이 문재인 정부를 만들었다. 현 정부도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음을 공언한다. 이제 구조를 바꾸려는 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유럽 선진국들이 50년도 더 전에 갔던 길이고, 우리도 벌써 가야 했으나 지체되고 있는 길, 바로 복지국가의 길이다. 지금 서둘러 재촉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촛불시민의 뜻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 방향으로 설정했고, 이를 위한 전략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제시했다. 1년이 지났으나 성과는 미흡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예측 가능한 부작용을 빌미로 반대자들의 비판과 저항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시민의 지지는 여전히 높지만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복지국가 건설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구축된 ‘헬조선’의 격차 사회가 그대로 고착되는 건 아닌지, 촛불시민의 불안감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올해 합계출산율은 1.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집단자살 사회’가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복지국가 뉴딜’이 요구된다.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자리를 중심으로 경제체제와 복지체제가 유기적으로 조응하고 연계·통합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사회수당을 확충하고 보육·교육·의료·요양 같은 사회서비스의 질적 수준과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 복지는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중요한 일자리 정책이다. 다음으로 경제체제를 보다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경제민주화와 노동체제의 재편이라는 두 가지의 큰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 이게 성공하고 전제돼야 혁신적 경제 성장도 지속가능한 법이다.

   
복지체제와 경제체제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통합한 한국적 복지국가의 건설, 이게 바로 소득주도 성장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게 성공하려면 ‘복지국가 정당 정치’와 더불어 ‘깨어 있는 시민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즉, 정부·여당의 정치적 의지와 유능함뿐만 아니라 복지국가 증세와 패러다임 전환에 동의하는 다수 국민의 복지국가 뉴딜(새로운 사회계약)이 요구되는 것이다.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31> 펑크(?)밴드 소음발광의 첫 번째 EP 앨범 ‘풋’
  2. 2[증시 레이더] 미중 무역협상 타결 쉽지만은 않다
  3. 3[다이제스트] KAFA 35기 졸업영화제 外
  4. 4신공항 거리두던 부산 한국당, 당심·표심 사이서 속앓이
  5. 5‘억대 뒷돈’ 부산항터미널 운영사 전 대표 2명 기소
  6. 6현대상선·SM상선 통합론 다시 고개
  7. 7간센터 개설 거대·다발성 간암까지 치료
  8. 8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31> 부산시립예술단의 ‘시스템’을 생각한다
  9. 9벤투호, 이번엔 손흥민과 최적 조합 찾을까
  10. 10“완벽한 베토벤에 제 얘기 더하니 관객들 감동”
  1. 1황교안 아들 KT 새노조 “채용비리 의혹 제기” 한국당 “음해 생산”
  2. 2손학규 “문 정부, 미세먼지 기구서 탈원전 전면 재검토해야”
  3. 3신공항 거리두던 부산 한국당, 당심·표심 사이서 속앓이
  4. 4영주2동 주민센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중구노인복지관 「노(老)와 나의 연결고리 지원사업」업무 협약
  5. 5북구 덕천3동 “철쭉마을 환경지킴이 봉사단″ 발대식 열어
  6. 6부산 북부산 신협, 화명1동에 이웃돕기 성금 100만원 기탁
  7. 7부산 중구, 개학기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전개
  8. 8청와대 경제보좌관에 주형철…IT기업서 20여 년간 임원
  9. 9다대 의료기기산업·터널 부담금…부산시의회 이번엔 ‘OK’할까
  10. 10여야4당 잠정합의 하루 만에…흔들리는 패스트트랙 공조
  1. 1 미중 무역협상 타결 쉽지만은 않다
  2. 2현대상선·SM상선 통합론 다시 고개
  3. 3 창업투자로 상장 앞둔 스타트업
  4. 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한진중공업 정상화 6월 윤곽 나올 것”
  5. 5고등어·갈치 오늘 가격 확인하세요
  6. 6원하는 보장 딱 하나 ‘月 500원짜리 보험’ 뜬다
  7. 7SKT 첨단보안 - KT 초고화질 ‘5G 대결’
  8. 8부곡2 재개발 시공사 선정 3번째 유찰…수의계약 가닥
  9. 9“일하고 싶은 기업으로”…롯데 직원복지 강화
  10. 10스타트업 공정가치 ‘원가 평가’ 반영
  1. 1한국도로공사 채용, 오늘(18일) 필기 응시대상자 공고
  2. 2부산대 여학생 기숙사, 3개월 만에 또 무단침입
  3. 3최정호 국토장관 후보자 "김해신공항 계획대로 추진"
  4. 4이미숙은 ‘장자연 문건’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
  5. 5“평택화재 발생? 사실 아니다” … 인접한 화성시 폐기물처리시설 화재
  6. 6부전굴다리 구조물에 부산아이파크 원정응원단 버스 충돌
  7. 7윤총경, 강남경찰서 떠난 후에도 승리 뒤 봐 준 정황 포착
  8. 8정준영 금명간 구속영장 신청… 금명(今明)이 품은 속뜻은?
  9. 9청년구직활동지원금, 소득 요건 맞아야…중위소득 120% 얼마?
  10. 10‘하나투어’ 일방적 가이드 철수, 여행객들 “한국 가고 싶은 생각 밖에”
  1. 1팀미아 이용규 3군행 불가피…임창용사태날까
  2. 2FC바르셀로나, 레알 베티스에 2-0 리드 ‘메시 전반전에만 멀티골’(전반 종료)
  3. 3 6위 첼시, 에버턴에 0-2 패배…멀어진 3위 경쟁
  4. 4넘사벽 메시, 라리가 통산 33번째 해트트릭
  5. 5이승우 "이강인 좋은 후배, 선배들과 함께 그의 성장 도울 것"
  6. 6PGA 통산 5승 심프슨 '무심코 건드려 1㎝ 움직인 볼'로 1벌타
  7. 7마스터즈로 향하는 매킬로이의 시선
  8. 8정현, 세계 랭킹 92위로 하락…마이애미오픈 출전할 듯
  9. 9프로당구협회, 초대 총재에 김영수 전 장관 내정
  10. 10벤투호, 이번엔 손흥민과 최적 조합 찾을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부산, 글로벌 금융도시 향한 담대한 도전 /유재수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의 본질 /심호섭
기자수첩 [전체보기]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배지열
소통하려면 ‘쓴 말’도 경청을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반려동물’ 수난 시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말모이와 국악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르노삼성 사태에 뒷짐 진 정부 /이석주
‘시민명령 1호’의 민낯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운명의 성소피아
보잉의 교훈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 가와시마두부점의 소쿠리두부
베트남 향수 달랜 ‘느억맘 김치찌개’
사설 [전체보기]
지방분권 강화 주민조례발안제 조속 입법을
해양 오염 미세플라스틱 면밀한 관리대책 서둘러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황제의 이중 초상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이홍 칼럼 [전체보기]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네 탓 싸움에 더 숨막히는 미세먼지
삐걱거리는 부울경 상생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최고의 와인은 내 곁에 있다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유콘서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