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작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은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가 1922년 발표한 단편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묘한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벤자민은 주름투성이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나이를 먹을수록 점차 젊어지다가 어려지고 결국 하얀 빛으로 사라지는 기묘한 운명을 겪는다.

늙은 외모 때문에 인생 초반기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청년기에는 결혼에 애를 먹는 등 적잖은 고초를 겪는다. 벤자민 인생의 절정기는 40대 후반~50대 초반이다. 생물학적 나이는 중년이었지만, 신체나이는 20대 초반이었다. 전쟁영웅도 되고, 도시 최고의 춤꾼도 된다. 하버드대 미식축구부에 들어가 예일대 팀을 대파, 하버드의 전설로 남기도 한다.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는 조기노화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노화 속도가 보통 사람보다 8배 이상 빠른 희소병인 프로게리아 신드롬(Progeria syndrome) 환자들이다. 세계적으로 300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올해 초 내국인 환자인 홍원기(12) 군과 콜롬비아인 친구이자 환자인 미구엘 살라스(12) 군이 제주도에서 만나는 장면이 전해지며 심금을 울렸다. 10대 초반인 이들의 신체나이는 80세. 이 병 환자들의 평균 수명은 15세 전후라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운명적 신체나이를 갖게되는 이들과 달리 스스로 노력해 실제보다 젊은 신체나이를 갖는 사람도 많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유벤투스(이탈리아)로 이적한 포르투갈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가 대표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메디컬 테스트 결과 그의 신체나이는 실제보다 13살이나 어린 20세로 측정됐다고 한다. 체지방은 7%로 프로선수 평균 체지방(10~11%)보다 3~4%포인트나 적었고 근육량도 프로선수 평균인 46%보다 4%포인트나 많은 50%였다. 2009년 당시 신체나이가 23세였다니 말 그대로 ‘호날두의 시간은 거꾸로 간’ 셈이다. 이는 물론 철저한 자기관리의 결과. 호날두는 2009년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매일 팔굽혀펴기 1000회, 윗몸일으키기 3000회를 하고 술, 담배, 탄산음료, 커피 등을 일절 하지 않았다. 한여름에도 긴소매 상의를 고집한다고 하는데, 근육 이완과 체지방 감소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란다. 아무리 그래도 요즘 같은 ‘찜통 더위’에 긴소매 옷을 입는 것만은 따라하기 힘들 것 같다. 모두가 호날두처럼 될 수는 없나 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