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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00세시대를 잘 살아가는 인생경영 /주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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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29 19:35:5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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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올해 99세로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연세에 집필과 강의 활동으로 시간을 쪼개 살고 있다. 김 교수는 ‘수명 100세시대’의 모델이다. 김 교수는 사람의 청년 시기는 60부터라며 ‘100세를 살아보니’ 60부터 75세까지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담겨있지만 눈빛은 여전히 형형하다.

가까운 지인인 권 교수는 치과의사다. 대학병원 교수였던 그는 부인과 사별하고 늦은 나이에 개업을 했다. 6개월 만에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가 만나본 그의 얼굴은 세월을 거꾸로 산 듯했다. 부인 사별 후 그늘이 사라지지 않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대뜸 이렇게 질문했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40여 년간 큰일이 있을 때마다 일기를 써왔는데, 어느 날 옛 일기를 읽으며 자신이 안쓰러워 울었다 한다. 일기 속에는 가장으로서 겪었던 희생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나간 세월 탓하지 말고 남은 시간이라도 잘 살아야겠다 작정한 그는 수명 100세시대를 온전히 살아내기 위한 자기관리 실행계획을 세웠다. 술자리를 거절하지 못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친구들 관리 차원에서 일주일에 하루만 술을 마신다. 자장면을 좋아하지만 밀가루 음식을 줄이려 면류는 일주일에 한 끼로 제한했다. 주간 독서 목표도 두세 권 이상으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교통수단도 승용차 운전이나 택시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자신을 챙기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만나자 그동안 책을 2권이나 썼다고 했다. 그가 젊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변화된 생활 습관과 운동, 독서를 통한 정신 에너지 충전에 있었다.

고위공직자 출신 강 선생은 요즘 남쪽 바닷가 마을에 황토집을 짓고 한 달에 열흘은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 서울의 고급 아파트에 부인과 자녀가 거주하지만 서울에 오면 얼른 황토집으로 내려가 자연인이 되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했다. 얼마 전 서울에 온 그는 얼굴이 공직 시절보다 한결 좋아 보였다. 돼지고기 한 근 사서 직접 농사지은 텃밭 야채에 곁들여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사람도 자연에 동화되어 살면 그토록 좋은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일까? 물론 자연에너지도 중요하지만 그의 인상을 건강하고 기분 좋게 변화시킨 주된 요인은 욕심을 내려놓은 마음 관리에 있는 듯했다.

공직에서 내려온 사람 대부분은 그 시절 영화나 권세에 미련이 남아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고, 결국 얼굴 색깔도 어두워진다. 강 선생은 공직 시절 지위의 기세는 물론 일하는 에너지도 강해 ‘스트롱 강’이라 불렸다. 그런데 그는 지혜롭게도 재빨리 과거를 내려놓고 30년을 내다보며 사과나무를 심고 있다. ‘강함’을 내려놓고 부드러움을 장착한 그를 보며 필자는 ‘말년을 잘 보내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서초동 모 건축회사 대표 서 사장은 2년 전 암에 걸려 시골로 내려갔다. 쇠약해진 그는 사업을 남에게 맡기고 부인과 시골로 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암을 다스렸다. 2년여 후 병세는 뚜렷이 호전되었다. 집에서 두어 시간 걸리는 서울의 대학병원까지 본인이 운전해도 괜찮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서 사장은 서울로 돌아와 남에게 맡겨두었던 자신의 건축 사업을 계속했다. 그랬던 그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사업에 다시 뛰어든 것이 문제였다. 내려놓아야 할 것을 내려놓지 못한 미련이 사달을 만들고 말았다. ‘100세시대’라 해서 모두 100세까지 사는 것이 아니다. 권 교수나 스트롱 강처럼 자기를 관리할 줄 알아야 장수(長壽)의 행운을 움켜쥘 수 있다.
김형석 교수는 ‘나이 60이 되면 내가 나를 키워야 한다, 콩나물에 물을 주듯이 나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자신을 키우는 데는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독서가, 누구는 취미생활이, 누구는 봉사가 자신에게 맞는 물주기가 될 수 있다. 나이 스물에 ‘젊음의 절정’이라 자만할 이유도 없고 나이 예순이라 해서 ‘늙었다’ 실망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젊더라도 자기 물주기를 게을리하면 결과는 뻔하다. 필자는 열심히 공부하는 나이 지긋한 제자들에게 가끔 물어본다. “어떻게 이곳으로 오시게 되셨나요?” 나이 들어서도 인생 이모작, 삼모작으로 새롭게 자기 인생을 꾸려갈 줄 아는 사람이라야 ‘젊은 어른’으로서 건강히 100세를 맞이할 수 있다.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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