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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낙동강하구 재단’을 만들자 /박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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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30 20:50:2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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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을 갔다 왔다. 뙤약볕 속 순천만의 풍정도 볼만 했다. 강과 바다는 자연스레 몸을 섞었고, 갈대와 칠면초는 미풍에도 춤을 추었다. 갈대숲 속 목도(나무 덱) 밑으로 짱뚱어, 망둥어, 칠게, 농게들이 신나게 돌아다녔다.

“겨울에 와 보세요. 흑두루미 2천여 마리가 찾아와 장관을 이룹니다. 천학(千鶴)도시가 연출되지요. 얘네들이 순천을 먹여 살려요.” 현지 가이드는 땀을 훔치면서도 신이 나 있었다. 순천만은 한 해 200만 명이 찾고, 연간 수입이 약 1,000억 원이라니 ‘먹여 살린다’는 말이 실감 난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끼워 어른 입장료가 8000원인데도 큰 불만이 없다. 운영·관리비가 만만치 않지만, 지역 일자리로 연결되고, 외지인들이 와서 먹고 자는 것이 모두 지역에 떨어지니 경제적 부가가치가 엄청나다. 이렇게 만들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고 한다.

순천만과 낙동강 하구를 대비하는 건 부끄럽고 씁쓸하다. 이 두 곳은 모두 거대 갯벌을 품은 국가지정 습지보호지역이다. 규모는 낙동강 하구가 37.7㎢, 순천만이 28㎢. 자연생태나 자원, 경관적 측면에서는 낙동강 하구가 더 낫다. 물론 연안 갯벌 한 곳과 1300리 낙동강 물길의 최종 집수역을 단순 비교하긴 무리지만, 비교 경제적 논리로 보면 낙동강에 더 부(富)가 많다. 순천만이 부럽긴 하지만, 낙동강 하구가 갈 길은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

낙동강 하구도 진작 방향을 잡았더라면! 만시지탄이지만 지금도 늦진 않다. 늦다고 말할 수 없다. 낙동강 하구는 아무리 늦어도, 아쉬워도, 후회하면서도 끝내 지켜내야 하는 대자연의 보루다.

2018년 여름, 낙동강 하구에 할 일은 정말 많다. 하굿둑 개방과 하구 기수역 복원, 하구 일원 통합 물관리, 국가도시공원 조성 같은 이슈는 6·13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더욱 분명한 시대적·지역적 과제로 부상했다. 하굿둑 개방을 위한 환경부의 3차 용역(염분 침투 모니터링 등)이 진행 중이고, 둔치도에 지역 상생,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도시공원 추진 사업도 현안이다.
물 관리 일원화와 후속 조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는 국가 물관리 체제를 변모시키는 원년이다. 기관별로 관리해온 수량과 수질 그와 관련된 인프라를 통합·조정·실행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낙동강 하구역만 보더라도 본류의 하굿둑은 수자원공사(K-water)가, 국가하천인 서낙동강과 평강천 맥도강은 지자체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 만약 하굿둑이 개방되어 바닷물이 내륙에 밀려들 경우, 지금과 같은 이원화된 물 관리 체제로 서낙동강에 유입되는 염분도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에코델타시티 앞을 흐르는 평강천 수질은 누가 2급수로 끌어올리나.

하굿둑과 수문 개방을 통한 기수역 회복은 고도의 전문성과 예산, 인력, 비전을 가지고 접근할 문제다. 예전처럼 토건 마인드로 다가가면 실패한다. 순천만에서 보여주듯이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 부처, 지자체, 관련 기관, 시민단체가 하나의 협의체가 되어 돌아가야 한다. ‘하구역의 통합 물관리를 위한 플랫폼’ 구축이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굿둑 관리·운영을 맡은 환경부, 부산시와 강서구 같은 기초지자체,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이다. 플랫폼의 키는 물관리의 운영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온 수자원공사가 잡는 게 좋을 것이다.

통합 물관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낙동강 하구에서 플랫폼을 구축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면, 그것이 낙동강 하구를 살리는 길이다. 이 일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낙동강 하구 재단’(가칭) 같은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 경남 람사르재단 같은 선례가 있고, 현 낙동강하구 에코센터를 확대 개편해 재단이 위탁 운영할 수도 있다. 전문적인 연구·관리·홍보·시민참여가 이뤄지면 낙동강 하구가 달라질 것이다.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이 줄곧 주장해 왔고 지난 시장 선거 때 시민공약으로 제시된 만큼, 전향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순천만을 뛰어넘는 낙동강 하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작업이다.

낙동강 하구는 지금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내놓고 인간의 지혜를 시험하고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존 사업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지속하는 것은 앉아서 재난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앉아 있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물관리 일원화의 원년에 우리는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재난을 피할 것인가.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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