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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시대정신이 깃든 대입제도 /원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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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01 19:33: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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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가톨릭 신앙을 갖고 있지만, 학생 시절에는 개신교 신앙생활을 했다. 폭염이 쏟아지는 1980년 7월 말의 어느 날. 필자가 다니던 교회는 여름방학을 맞아 신앙 성숙을 위해 중·고등학생 100여 명을 데리고 경기도 가평의 시골교회로 수련회를 떠났다. 친구들과 성경도 읽고 토론도 하고 연극도 하면서 그동안 학업에 찌들었던 심신을 내려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지 한 이틀 정도 되었을까? 7월 30일 아침. 조간신문을 통해 수련회에 참가한 학생들뿐 아니라 대한민국은 충격의 도가니로 빠지고 말았다.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씨와 신군부 세력은 대입제도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주요 교육제도를 크게 손질한 ‘7·30 교육개혁’을 전격적으로 선포했다. 지금의 대학별 고사에 해당하는 대학입학 본고사 폐지, 대학입학 전형에서 고등학교 내신성적 반영 확대, 대학입학 정원을 30% 확대하면서 대학성적을 상대평가 하여 하위 30%의 학생을 의무 제적시키는 졸업정원제 도입, 일체의 사교육 금지 등이 골자였는데 수련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크게 동요했던 기억이 있다.

‘7·30 교육개혁’이 선포된 후 40년 가까이 흐르면서 교육개혁에 대한 수차례 시도가 있었고, 현 정부 역시 교육 및 인재 양성 전반에 걸친 개혁을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특히 대학입학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대입제도공론화위원회와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를 연이어 출범시켜 현재의 중3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2학년도부터의 입시제도에 대한 묘안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이다.

그중에서 수시모집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비율 축소는 상당히 관심 있는 부분 중 하나인데 올해 73.7%로 제도 신설 이래 가장 높은 선발 비율을 기록한 수시모집은 2020학년도에는 77.3%로 더 높아질 예정이다. 수시모집에 응하면 단지 최저 등급 요건만 각 대학 기준에 맞추면 되니 수능시험에 강점을 보이는 학생 그룹과 국어·영어·수학 과목 중심의 사교육 시장은 정시모집 선발 비율의 확대를 목숨 걸고 주장 중이다. 학종 또한 올해 23.6%에서 2020학년도 24.5%로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 중인데 학종을 깜깜이 전형이라고 몰아붙이며 축소를 주장하는 의견 또한 정시모집 확대를 주장하는 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종은 수능시험 준비보다 더 큰 사교육 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공정하지도 않다는 주장과 심지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중·고등학교 기말고사 문제지 유출이 발생한 것은 학종의 확대로 내신성적 만능주의가 학생들에게 팽배해있기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분석 결과까지 제시하면서 말이다.

사실 수시모집의 선발 비율문제는 대학 나름의 판단에 의한 것이니 여론몰이로 조정할 문제가 아니다. 학종을 운영하는 데 다소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지만 망국적인 대학 서열화와 사교육이 주도하는 암기식 공부의 폐해에서 벗어나 교육 주도권을 되찾은 공교육이 창의성 있는 미래지향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시도한 제도임이 자명한데 몇 가지 문제점만 집중 부각하면서 학종을 흔들고,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 인재를 구분했던 과거로 회귀하라는 것은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문제점 없는 대입제도가 있을 수 있을까? 수능 점수 위주의 정시모집을 확대하면 진정 불편부당한 입시 세상이 오는가? 1994학년도부터 25년간 시행되면서 사실상 수명이 다했다고 볼 수 있는 수능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대입제도이지 않을까? 학종이 백옥같이 깨끗한 대입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계속 확대 시행하면서 세간의 우려와 달리 내부적으로 상당히 안정화될 수 있었던 것은 대학들이 학종에 깃든 시대정신을 존중했고, 창의력과 융·복합 역량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가치가 더 크다고 인정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수시모집과 학종의 선발비율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과 고등학교와 학생이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꾸준히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이와 동시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시대정신이 잘 반영된, 즉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인재 양성을 골자로 하는 대입제도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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