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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통일 vs 평화공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2 19:10:2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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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만 해도 ‘통일’은 그저 하나의 명사(名詞)였다. 더군다나 미래는커녕 당장의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청년층에게는 그야말로 귓전에도 미치지 못하는 남의 이야기였고 여차 짜증이나 돋울 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네댓 달 사이에 통일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고, 청년층 70% 이상이 통일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통일이 겨레와 나라, 특히 경제와 청년에 블루칩이 되리라는 예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섬처럼 고립되어 있던 땅에서 해양과 대륙을 잇는 그야말로 반도국가가 되는 것이니 지구촌시대에서 사실상의 영토 확장과 다름없다. 5000만 인구가 8000만 명에 가까워질 것이니 영국과 프랑스를 넘어 세계 20위, OECD 국가 중에서는 5위의 인구 대국이 된다.

한반도 북쪽 땅에 매장되어 있는 다양하고 엄청난 지하자원은 자원수입국인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 같은 언어와 문화로 익숙한 데다 총명, 근면, 성실하고 기능 잠재력까지 뛰어난 새로운 인구의 확충은 통일 이후 10여 년이면 독일의 경제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세계적 경제연구기관의 예측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시장경제체제나 국제화에서 훨씬 앞선 시야와 경험을 가진 우리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성공이 유력한 창업의 문을 열어주게도 될 것이다.

참 좋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그 ‘통일’ 정말 가능할까? 여러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제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한번 이야기해보자.

앞의 모든 것이 실행 가능한 통일은 누가 뭐래도 1체제로의 정치적 통합이 선제되어야 한다. 즉 남과 북이 하나의 국명으로 하나의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의 남과 북 한쪽은 정권, 즉 권력을 포기할 각오라야 가능한 일이다. 혹여 잘되어서 절반씩의 양보로 하나의 정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합의하더라도 체제와 통치권 문제에 이르면 협상 테이블은 한순간에 뒤엎어질 공산이 아주 크다.

만에 하나, 남쪽의 넋 나간 일부가 통일이라는 환상, 또는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속이고 저들에게 통 크게 양보한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포기한다면, 일당독재와 김일성민족 운운의 왕조체제를 수용하자면 남쪽 5000만 국민이 가만있을까. 아마 촛불이 아니라 횃불 혁명이 휘몰아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 즉 저들이 일당독재와 왕조체제를 포기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경우는? 아니, 생각이나 할까? 2500만 북한 주민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해도 그야말로 한 줌의 지배층은 인민에게 총구를 들이댔으면 댔지 결코 염두조차 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입에 담고 있는 통일이 얼마나 무망한 것인지.

이미 북한, 아니 김정은 체제 보장은 공공연한 화두이다. 저들의 현 체제를 보장해주겠다면서, 우리의 체제도 당연히 유지할 것이면서, 통일이라니! 그래서 지금 띄우고 있는 통일이라는 애드벌룬은 눈속임 같고 이상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정직하라. 지금의 현실에서는, 우리 세대에서의 통일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말하는 평화적 통일은 북으로서는 승산이 없고, 그러기에 더욱 북이 말하는 통일은 무력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통일은 실현 가능한 미래세대로 미루고 이제부터 남과 북은 한민족으로서 서로를 위해주며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자. 북의 경제를 살려 주민을 가난에서 해방토록 하고 남북이 어깨를 나란히 해 정상 부국(富國)으로 더욱 커지는 평화공존을 하자고 말이다.

그래도 걸림돌은 있다. 지정학적 필요성은 물론 이익이라면 눈에 불을 켜는 중국이 한민족의 선의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리 없다. 당장 대북제재 해제 이후를 대비한 중국의 발 빠른 움직임을 보라. 게다가 북의 입장에서도 우리보다는 배알이 뒤틀리더라도 중국과의 협력이 마음 편할지 모른다. 남쪽의 선의를 믿더라도 주민을 통제해야 하는 권력의 입장에서는 한 민족이기에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말이다.

벌써 여기저기서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의 행보를 따라 지방자치단체도 덩달아 경쟁적으로 들썩거린다. 금방이라도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고, 그에 따라 우리 건설과 철강 등이 호황을 맞을 것처럼 김칫국부터 마시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소요되는 비용이라면 모를까 기술과 자재 대부분은 중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더 크다. 다른 경제 분야 역시 우리는 곁다리이거나 마지막 순위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민족으로서 몰인정하게 모든 면에서 주고받기식 경제적 시각으로 접근하자는 뜻은 아니다. 시급한 산림녹화나 의료지원 같은 부분은 가능한 한 즉시 시행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경제협력에서는 냉정해야 한다. 거둬드린 세금이라고 마구잡이로 쓸 권한은 어떤 권력에도 없다. 수지타산을 따져 나서는 기업의 성공을 지원하는 방식이라야 한다. 투자를 지원하고, 발생한 이익은 가져올 수 있어야 하고, 안전과 지속적 성장을 남북의 정부로서 보장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북의 발전과 성장 지속을 위한 참된 길잡이기도 하다.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가야 할 길이지만, 길이기에 분명하고 당당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상대이고 그들은 뒷돈과 불공정에 너무도 익숙하다. 당당하게 투자자의 지위를 보장받는 자세부터 가져야 하고 정부는 뒷받침해야 한다. 제3국을 등에 업은 호가호위(狐假虎威)에 놀라 서둘고 굽실거려서는 상생의 성장이 아니라 갈등과 파탄이 결과가 될 것이다.

더불어, 지금은 공존이 분명하기에 완전한 통일의 그날까지 안보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종이쪽지의 합의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강건한 안보의 뒷받침은 평화협력과 상생의 번영을 보장해주는 길이기도 하다. 자유민주체제와 시장경제를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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