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기업가 정신’의 올바른 개념과 가치 /이호철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5 19:02:29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본의 동네 이발소가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고 있다. ‘싸고,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내세운 ‘QB하우스’라는 이발소의 차별화 전략은 단순했다. 길 가던 고객이 쉽게 들르도록 점포 밖에 혼잡도를 표시해 주는 삼색등을 내건 것이다. 파란 불은 즉시 이발 가능, 노란 불은 5분, 빨간 불은 15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동판매기에서 이발권을 구입한 고객들은 10분 내 1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이발을 끝낼 수 있다. 본사인 ‘QB넷’은 각 이발소의 고객 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점포별 이발용구와 소모품을 적시에 공급해 이발사들이 손님에게 몰두하게 해 준다. 이 이발소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싱가포르 홍콩 대만 미국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도 동네의 햄버거 가게와 시애틀 거리 한편의 커피점에서 출발했다. 성공한 기업이라 해서 첨단기술, 대규모 자본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상공이라도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 ‘기업가’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은 프랑스의 은행가 겸 경제학자, 리차드 깡띠용이다. 1755년, 사후에 출간된 유작에서 그는 ‘기업가’를 중요한 경제적 요소의 하나로 뽑았다. 그는 매달 고정된 수입을 얻는 경제계층과 불확실한 수입을 쫓는 계층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전자에는 매달 정해진 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확정된 지대를 받는 자본가 등이 해당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비용은 직원급료, 임대료, 대출이자 등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반면, 물건이 얼마나 팔릴지 몰라 수익을 알 수 없는 계층이다. 깡띠용은 후자를 ‘시도하다’ ‘도전하다’는 뜻을 가진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이 ‘기업가’ 개념의 출발이다.

이 개념을 발전시킨 인물이 장바티스트 세이와 조지프 슘페터이다. 실업가이자 경제학자인 세이는 생산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생산을 하려면 기계도 설치하고 근로자도 고용하고 원자재도 구입해야 한다. 자연히 여러 분야에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산을 늘리려는 계층은 깡띠용이 말한 것처럼 비용은 고정적으로 지출하면서도 자신이 얻을 수입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에 도전하는 기업가들이다. 이들이 불확실한 사업에 도전하는 이유는 남보다 좋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여 판로를 넓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이는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보다 높은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기업가’라고 본 것이다.
20세기 초반 대공황을 거치며 슘페터는 ‘혁신’과 ‘기업가’를 한데 묶어 ‘기업가 정신’을 만들었다. 낡은 것을 파괴하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불황을 극복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슘페터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무릅쓰고 신사업에 도전하는 기업가의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도전정신, 이런 ‘기업가 정신’이 기술을 진보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본 것이다. 도전적인 기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공급을 늘리는 덕분에 수요도 창출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영미권에서조차 이 개념을 달리 표현하기 어려워 ‘앙트러프러너’라는 불어 단어를 그대로 썼다. 한편, 중국, 일본과 같은 한자문화권은 사업을 새롭게 일으킨다는 뜻으로 기업가(起業家)로 표기하여, 단순히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企業家)와 구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한글전용을 하다 보니 양자 간 구분이 없어져 ‘기업가 정신’은 단순히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이윤추구 정신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창업가 정신’으로 바꿔 쓰기도 한다. 그러나 창업가와도 차이가 있다.

매년 ‘글로벌 기업가 정신 지수’를 발표하는 미국의 GEDI 연구소는 ‘기업가’를 혁신에 대한 비전을 시장에서 실현하려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 창업이라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처럼 이미 확립된 사업을 하는 경우는 ‘기업가’에서 제외했다. 반면, 오래된 기업이라도 기존의 영업, 생산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경우는 기업가로 보았다. 우리말로 ‘기업가 정신’의 개념을 바로 전하려면 ‘혁신 기업가 정신’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렇듯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 정신’의 개념과 가치를 올바로 알고 평가해야 일자리와 경제의 활력을 찾는 해법을 얻게 될 것이다.

전 한국IR협의회 회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국가보안법이란 ‘지뢰’를 어찌 할 것인가
우리의 말과 글을 더는 학대하지 말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통영에서 반드시 불어야 할 훈풍
활력이 넘치는 교토의 특별한 비밀
기고 [전체보기]
제대군인에게 감사와 일자리를 /김성태
부산을 동북아 해양금융중심지로 /이기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윤창호법’ 국회 통과를 /박호걸
귀 닫고 눈먼 다섯 수협 /이수환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생활 SOC: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한여름의 몽상: 부산의 다리들이 가리키는 ‘길’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나는 할 말이 없데이…’
‘미스터 션샤인’ 오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공기업 인사청문회에 쏠린 눈 /윤정길
‘덕후’ 생산하는 이야기의 힘 /신귀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노면전차
건강염려증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고요한 물
폭서(暴暑)와 피서(避暑)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사설 [전체보기]
부산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대대적 개편 주목한다
지자체 공무직·기간제 채용 비리 차단책 마련하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아동수당 보편주의 원칙과 은수미 성남시장
국민연금 개혁, 공론조사가 필요하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2018 국감 관전기
지방은 이토록 당하기만 할 건가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