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의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연안 수온이 평년보다 4.5도나 높은 고수온이 계속돼 수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양식장 어류 폐사가 속출하는가 하면, 우리나라 해역의 아열대화에 따라 주요 어종마저 바뀌고 있다. 육지에서도 각종 농산물이 타들어가 작황에 비상이 걸렸다. 농수산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밥상 물가까지 들썩인다.

유례 없는 고수온 현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양식업계가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속수무책이어서 안타까움만 더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지난 7일까지 부산 기장군을 비롯한 전국의 양식어류 폐사가 100만여 마리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보다 고수온 현상이 빨라진데다 최고수온은 8월 중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냉각순환펌프 덕에 해수 온도를 낮출 수 있었지만, 고수온이 지속된다면 이마저 효과가 떨어진다니 어민들의 속이 바싹 타들어 갈 만하다.

농민들도 시름이 깊어지긴 마찬가지다. 들녘에는 강한 햇볕과 고온에 장기간 노출된 벼와 수박 채소 등 각종 농작물이 썩어가며 종잣값도 못 건질 판이다. 강원 주요 생산지의 고랭지 채소들도 30~40%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 1565.8㏊의 농경지에서 폭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곳곳에서 대형 살수차까지 동원해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어서 이 또한 피해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밭작물 급수대책비로 46억 원을 추가 배정했다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비록 자연재해라고 해도 이 같은 엄청난 농수산물 피해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더구나 올해와 같은 폭염이 앞으로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니 더욱 그렇다. 정부가 장단기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은 올해 농가나 양식어민들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신속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아울러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의 일상화에 대비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처 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