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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남북통일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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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축구사를 논할라 치면 빠지지 않는 것이 경성-평양 축구대항전, 이른바 ‘경평전’이다. 행정 중심지인 경성(현재의 서울)과 관서지방을 대표하는 평양의 축구팀 가운데 누가 더 센지 자웅을 겨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다. 여기에는 식민지 치하에서 핍박받는 조선 청년들의 민족의식과 불퇴전의 기개를 축구를 통해 키우자는 뜻도 담겨 있었다.

   
첫 대회는 1929년 10월 8일 경성에서 개최됐다. 숭실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구성된 평양팀은 경신중학 출신이 주축이 된 경성팀을 상대로 2승 1무의 성적을 거뒀다. 그 이후 두 도시 간 축구 대결은 누가 주최하느냐에 따라 대회 이름과 진행방식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해방 이후까지 꾸준히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정국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경평전은 1946년 서울 경기를 마지막으로 종말을 고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남북 간 축구 친선 시합이 부활한 때는 1990년이다. 양측 사이에 화해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그해 10월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통일축구대회’라는 이름으로 두 차례 경기가 열렸다. 이전의 경평전과 달랐던 것은 두 팀 모두 최정예 국가대표 선수들이 참가해 자존심을 건 진짜 승부를 벌였다는 점. 대회는 2002년과 2005년에도 재개됐지만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가 겹치면서 더 이상 지속되지는 못했다.

이 흐름을 이어받은 것은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다. 남북 노동자의 우의를 다지자는 민간교류행사로 1999년(평양)과 2007년(창원), 2015년(평양)에 만남의 장이 마련됐다. 남북관계 경색 때문에 이 행사 역시 존속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오늘 네 번째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양측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국가대표끼리의 대결이 아니기에 축구팬의 관심은 크게 떨어진다. 판문점선언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민간교류라는 데 의미를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얼핏 사소해 보이는 이런 행사가 거대한 변화의 시금석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남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면 막힌 물꼬는 다른 길을 통해 풀 수도 있다. 노동자 축구대회가 국가대표 간 정기전으로 이어지면서 경평전이 부활한다면 남북 관계개선과 통일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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