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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국민연금 개혁, 공론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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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3 18:59:1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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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크다. 일차적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애초의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다면 근원적 해법을 찾아야 하고, 제도는 올바르게 출발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상황과 조건이 바뀌었다면 그것에 맞게 적절한 개혁을 하면 된다. 그런데 정치권은 언제나 논란과 불신이 증폭된 후에야 주로 땜질식 처방을 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연금 개혁은 정치적 인화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대 전후부터 최근까지 국민연금 개혁을 시도했던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공적 연금 개혁은 정치적으로 표를 잃는 행위였다. 그럼에도 스웨덴 같은 정치 선진국에선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더 키워왔다. 이제 국민의 심사숙고된 판단에 의사결정을 맡겨볼 필요가 커졌다. 공론조사가 그것인데, 지금이 적기이다.

지난 10일부터 언론을 통해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작성한 정책 자문안의 세부 내용이 하나둘 보도되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정치적 반대자들과 일부 언론은 부정적 선동과 자극적인 보도를 했고, SNS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부정확한 내용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런 정황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건 본질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속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이 각인돼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진짜 본질이다. 재정계산위원회의 정책 자문안이 언론에 보도된 지 불과 사흘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1000건을 넘었다. 12일 보건복지부가 부랴부랴 장관 이름으로 입장문을 낸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정책 자문안일 뿐이며 정부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과 불신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지난 13일 문 대통령은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목소리를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슈가 불거진 지난 10일 이후 일주일 만에 2400여 건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정치적 반대자들과 시장주의자들의 역할도 컸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을 조성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실제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민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무능”을 강조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적 불안과 불신을 조성한 셈이다.

이런 행태는 지난 30년 동안 지속됐다. 국민연금은 1988년 1월 보험료율 3%와 소득대체율 70%로 출범한 공적 연금이다. 보험료율은 가입자의 ‘월 소득 대비 보험료의 백분율’이고, 소득대체율은 가입자의 ‘가입 기간 동안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백분율’인데, 출발 당시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해도 이건 지속 가능성이 전무했다. 그래서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1998년부터 보험료율 9%와 1999년부터 급여율 60%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것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2003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재정계산 결과, 2047년 기금이 소진된다는 추계가 나왔다. 정부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의 논의는 3년이나 공전했다. 그러다가 2007년 4월에서야 여야 정치권은 연금개혁안을 합의했다. 이때 개정된 국민연금법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게 바로 노무현 정부의 2007년 연금개혁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보험료율은 9%로 유지하며, 소득대체율은 2008년부터 50%로 인하하고 이후 20년 동안 매년 0.5%포인트 낮춰 2028년 40%까지 인하하며, 수급 개시 연령도 2008년부터 5년마다 1세 높여 당시의 60세를 2033년 65세로 상향토록 했다. ‘더 내고 덜 받는’ 2007년 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2047년에서 2060년으로 소진 시기를 연장했다. 그럼에도 보험료율은 20년째 9%였고, 지난 10년 동안 국민연금은 불신의 요소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다. 주로 3가지가 문제인데, 용돈연금 기금소진 사각지대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번 제4차 재정계산에서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기금의 소진 시기가 3년 앞당겨지면서 국민연금 이슈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용돈연금 이슈는 소득대체율이 낮다는 것인데, 40년 가입에 40%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불안정 등으로 가입 기간이 짧아 실질소득 대체율은 24%에 그친다. 그러므로 명목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크레딧 활용 등으로 가입 기간을 늘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각지대의 해소인데, 이는 복지국가의 시금석이다. 또 기초연금을 더 인상하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금의 실질소득 대체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퇴직연금을 강화하고 의료·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면 안정된 노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금소진에 대해서는 기존의 명목소득대체율 40%는 변경하지 않은 채 보험료를 더 냄으로써 극복해야 한다. 개혁 없이 이대로 가면 2060년의 보험료율은 현행 9%보다 20%포인트나 더 높은 29%가 된다. 저출산시대의 연령별 인구구조가 안정화되는 70년 이후까지 내다보며 재정안정을 기하는 게 옳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은 옳지 않다. 그런데 이건 정부와 정치권이 초래한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과 불신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초안은 정부가 제출하고 정치적 논의와 합의는 국회가 하겠지만, 그동안 이 과정에서 국민적 불신을 키워온 것이 사실인 만큼, 이번에는 공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심사숙고한 이성적 판단을 따라보자.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면 된다. 캐나다에서 건강보험료에 대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의료민영화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우리도 국민이 심사숙고를 거쳐 판단을 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고, 공론을 형성해 합리적 제도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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